【이슈 칼럼】 공정이냐 vs. 시장이냐, 대통령후보의 ESG 정책

2022-03-01     임팩트온(Impact ON)

전 세계의 모든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행을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0대 대통령과 새 정부는 ESG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정책을 구사할 것인지 주목된다. 양대 정당의 정책 공약집을 토대로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ESG 공약을 점검하고 차기 정부의 정책을 전망해본다. 

 

이재명: 에너지 대전환, 친노동 기조 유지,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

민주당은 2022년 1월 선대위 ESG실천위원회를 출범하였고 공약집에서 기업의 ESG 경영 확산과 내실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ESG를 강조하고 있다.

탈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 확대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30%를 달성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지향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기를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기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2018년 대비 35%에서 40% 이상으로 높인다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를 내세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여 에너지 대전환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고 한다.

가장 민감한 주제인 원전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 대신 ‘감원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원전의 추가 건설은 반대하지만 기존 원전은 기한까지는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원전이 주력전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이재명 후보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는 탄소세 신설도 포함되어 있다. ETS(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개편해 발전업종의 유상할당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재생에너지로 조기에 대체하고 2030년까지 연평균 20GW의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2040년에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이 후보의 S(사회) 공약은 노동 관련 정책이 두드러지는데 친노동 기조가 유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을 강조하면서 원하청 통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화, 안전보건 공시제의 단계적 도입, 혹한ㆍ폭염 등 산재 발생이 예상될 경우의 작업 중지 제도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고용안정과 적정임금 보장을 위해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 및 적정임금제도도 추진한다. 

가족돌봄휴가제 확대 등 소득감소 없는 실노동시간 단축과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산업 대전환에 대비하여 성공적 일자리 전환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컨트롤 타워를 탄소중립위원회에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그밖에 플랫폼 노동자 등이 노동법 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불안정 취약노동자의 노조 참여 권리 보장도 강조한다. 성평등을 강조하면서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 기업 ESG 평가지표에서 성별다양성 항목 비중 확대, 공적연기금 ESG 투자 고려요소에서 성평등 관점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의 불법행위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과징금을 도입하는 등 제재가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기관의 점포 및 일자리 축소, 빅테크(핀테크) 확장에 대응하여 사람 중심의 공정한 금융산업 디지털 전환도 약속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ESG 공약 비교/ 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윤석열: 원전 활성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시장친화적인 정책 

윤석열 후보는 ESG 민관합동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중소기업 수준별 로드맵을 제시하는 한편,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ESG 경영 협력을 유도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윤 후보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표현을 통해 탈원전 기조를 백지화하고 오히려 원전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4차 산업혁명은 엄청난 전력 수요를 유발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산업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원전과 LNG도 전환 과정의 가교로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원전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하고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도 원전을 지체 없이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현가능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달성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환경·에너지 정책의 변경 내지 속도 조절을 시사한다. 탄소저감 기술 개발과 시설도입에 대한 보조 및 세액공제 확대 등 규제 보다는 지원을 통한 시장친화적인 전환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탄소 중립은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시장에서 실력 있는 주체가 녹색 금융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녹색 기술 기반 스타트업 활성화, 녹색 창업기술 및 투자금 지원 강화, 미세먼지 감축계획 및 실천 의무화도 검토한다고 한다. 탄소세 도입에는 반대하는 반면, 내연기관 차량의 등록을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는 공약은 이재명 후보보다 더 의욕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노동시간 규제는 다소 완화되고, 불법적인 노동쟁의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예상된다.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 및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플랫폼 산업에 대해서는 섣부른 규제 도입 대신, 자율규제 기구를 수립하여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 증진 및 상생촉진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공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공정한 취업을 위해 노조의 고용 세습을 차단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육아휴직 확대,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보장 등 일하는 부모 지원도 약속한다. 

친족의 범위를 조정하는 등 특수관계인 제도를 개선하고 벤처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을 약속하는 점도 주목된다. 신사업 분할 상장 제한, 내부자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등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도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자본시장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자본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을 위해 회계 및 공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증권범죄의 수사 및 처벌 전 과정을 개편하여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ESG 정책을 기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후보에 따라 정책변화의 정도는 크게 다를 것이고, 원전 생태계가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원전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이 탄소중립의 속도 등 양 후보의 차별화된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하는 탄소중립 드라이브와 공정, 그리고 윤석열 후보가 강조하는 실현가능한 ESG 이행은 MZ세대와 기성세대 모두가 주목하는 공정과 시장의 가치를 잘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과 시장이라는 두 가치는, 성장과 복지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ESG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우병렬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우병렬 외국변호사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규제그룹에 소속되어 ESG, 중대재해, 규제컨설팅 관련 업무를 자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경제구조개혁국장, 장기전략국장을 거쳐 강원도 경제부지사를 역임했다. 

우병렬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