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싱가포르 탄소세 인상 임박하자 ‘삼림 펀드’에 투자
블룸버그 그린은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업인 테마섹(Temasek)이 정부의 탄소세 인상 계획에 따라 동남아 삼림 개선을 목표로 한 펀드에 투자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마섹이 투자한 산림펀드는 ‘새삼림 열대 아시아 펀드2(New Forests Tropical Asia Forest Fund 2, TAFF2)’로, 운용사는 ‘뉴포레스트(NewForests)’다. 호주에 본사를 둔 자연기반 부동산 전문 투자업체인 뉴포레스트는 총 58억 달러(7조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운용하고 있으며, 친환경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삼림면적은 110만 헥타르에 이른다.
뉴포레스트에 따르면, 테마섹이 참여한 TAFF2에는 현재 1억2000만 달러(1461억원)의 투자금이 확보됐으며, 일본 3대 금융그룹인 스미토모 그룹 계열의 미츠시트러스트 은행(Sumitomo Mitsui Trust Bank)도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펀드로 조달된 자금은 동남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임업에 초점을 맞춰,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지속가능한 생산 등의 프로젝트에 활용될 계획이다. 블룸버그 그린은 데이비드 브랜드(David Brand) 뉴포레스트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를 인용해, “TAFF2 조달 자금은 가구, 바닥재, 건축 자재의 원재료인 티크, 고무나무, 유칼립투스 등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마섹이 TAFF2에 어느 정도 투자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향후 10년 동안 연간 14%에서 18%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TAFF2의 1차 투자 모집을 마친 뉴포레스트는 올해 3억 달러(3652억원)를 목표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그린은 테마섹이 TAFF2에 투자하게 된 배경으로 싱가포르 정부의 탄소세 인상 계획을 지목했다. 탄소세 등 기후변화 대응에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전 세계 투자자들과 정부 압력에 따라 테마섹도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2019년 동남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한 싱가포르는 정유 공장 및 발전소를 포함해 연간 2만5000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시설에 탄소세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톤당 5달러 싱가포르 달러(4500원)를 탄소세로 부과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톤당 25 싱가포르 달러(2만3천원)로 5배가량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한바 있다.
이 인상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2027년까지는 45 싱가포르 달러(4만원), 2030년까지는 최대 80달러(7만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더불어, 2024년부터 과세 대상 배출량의 최대 5%까지는 국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싱가포르가 2024년까지 5배를 인상하더라도 유럽 탄소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동남아 주변국들이 탄소세를 지지하지 않는 가운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유럽의 탄소세는 톤당 100유로(13만원)를 상회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남아 생태계에서 싱가포르의 탄소세 부과 방침은 너무 공격적이기 때문에 석유 정제 및 전자제품 제조 등 국가 핵심 산업뿐 아니라 소비자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 조치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녹색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 거라는 시각이 우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