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버클레이, 블랙록 등 금융자산 탄소 배출량, 한 국가 배출량보다 많아
영국 투자사 HSBC와 버클레이가 대출을 통해 야기한 배기가스 배출량이 영국 전체 탄소 발자국의 약 18%를 차지한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이 발표는 기업 증권 및 부동산 보유를 통해 2020년 3억 27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밝힌 블랙록의 기후 공시에 이은 것이다.
2019년 HSBC가 대출 실행으로 생산된 석유와 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오염 등을 포함해 총 3580만 톤이며, 채권 거래와 같은 자본 시장 활동을 통해 295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대출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석유 및 가스 회사에 자금을 조달해 약 6000만 톤의 배기가스가 배출되었으며, 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 주요 글로벌 테크 기업의 배출량을 넘어선 수준이다.
블랙록은 “HSBC는 자금 조달로 약 6000만톤의 탄소를 배출한 셈”이라며 “이는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의 배출량과 유사하고 석유생산기업 엑손모빌 총 배출량의 10%에 해당할 정도로 배출 규모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HSBC 대변인은 “우리 고객사 중 탄소배출량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에게 올해 말까지 전환 계획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버클레이 역시 석탄, 석유, 가스기업에 자금을 조달해 지난해 586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오스트리아 한 국가의 전체 배기가스량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버클레이는 이에 대해 "파리협정 목표에 맞춰 자금조달 배출량을 측정하는 자체 방법론을 개발해 2020년 7500만톤의 배출량을 약 22% 줄였다"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금융 기업들이 탄소 발자국을 공개하는 움직임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순간"이라면서 글로벌 금융사들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들의 역할과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SBC, 버클레이, 블랙록은 2050년까지 순기후 중립을 약속한 130조 달러(158275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전 세계 450개 금융회사 중 하나이다. 그러나 파리 기후협정이 타결된 이후 세계 은행들은 석유 및 가스기업의 친환경 사업 등을 포함해 화석연료 산업에 약 4조 달러(4870조 원)를 투입했다.
금융기관들은 대출 및 금융상품과 연계된 탄소 배출량을 측정ㆍ공시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기후 위기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영국 비영리 단체 셰어액션의 수석 캠페인 매니저인 쟌 마틴은 "금융은 경제의 생명선이기 때문에 은행은 실제 경제에서 탄소 배출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버클레이와 HSBC를 포함한 글로벌 은행은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측정 방법론 등 여러 한계로 인해 넷제로 목표 달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로랑 바비키안은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금융산업의 기여도 추정치는 대부분 직접 배출량, 이른바 스코프(scope) 1, 2 배출량에 불과하다"며 "이는 기업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만 공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금융기관의 배출 공시는 점점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The 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을 체결해 앞으로 은행 대출 및 투자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고 공개하기 위한 산업 표준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현재 60조 달러(73050조 원) 이상을 대표하는 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금융자산의 탄소배출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지난 3일 밝힌 바 있다.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은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의 탄소배출량을 대출·투자금액 등 그룹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신한금융은 이 시스템을 통해 총 6개 산업군, 약 230조원 규모의 금융자산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했다. 세부적으로 산업·고객·자산·계약만기별 탄소배출량 측정이 가능하게 됐다.
자산 포트폴리오 변동에 따른 탄소배출량 변화도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