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아마존 "클라우드 사용자 탄소 발자국 공개한다"

2022-03-10     박지영 editor

세계 3대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가 공급망의 탄소배출을 포괄하는 스코프 3(Scope 3)까지 추적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탄소 추적을 가장 먼저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와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에 이어 아마존의 AWS까지 스코프 3 감축에 뛰어들면서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는 2020년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약 1%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을 겪으며 데이터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도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이 1%대에 머물렀던 건 효율성을 향상했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잡는 키 중 하나는 클라우드다. 컴퓨팅 작업에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사내 서버에서 동일한 작업을 실행하는 것과 비교해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스코프 3 추적과 감축도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지금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들은 사용자의 탄소 발자국 공개에 제한적이었다. 

직접 배출량에 해당하는 스코프 1과 2의 감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각각 2020년 1월과 2021년 10월 자사 클라우드 고객에게 탄소 추적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또한 올해 3월 고객의 위치와 사용 중인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친환경 전력 비율을 기반으로 고객의 배출량을 추정하는 탄소 추적 도구를 도입했다. 더불어 추적 도구가 도입되기 전 데이터 센터의 탄소 배출량과 클라우드로 전환한 이후 얻은 탄소 절감 효과도 추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더 정확한 스코프 3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 센터의 배출량은 공급업체 및 소비자 탄소 배출량인 스코프 3에 속한다. 현재 소수의 기업만이 스코프 3에 해당하는 데이터 센터 탄소배출량에 집중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스코프 1·2를 넘어 스코프 3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하면서 더 많은 기업이 데이터 센터 배출량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려는 규제 기관 중 하나다. 아마존 AWS의 크리스토퍼 웰리스 지속가능성 이사는 “클라우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가 도입한 배출량 추적 시스템은 자체 보고를 위한 것이지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우는 등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의 AWS를 사용하는 글로벌 1위 CRM 제공회사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한 배출량 정보를 제공 받기도 했다. 세일즈포스는 2012년부터 스코프 3 배출량 보고를 확대해온 바 있다. 세일즈포스의 패트릭 플린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지금껏 기업은 혼자만 할 수 있는 전략을 활용해 탄소를 줄여왔지만, 앞으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공급업체와 고객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스코프 3까지 공개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관계된 모든 조직의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 탄소 제로 에너지 사용위해

원자력·탄소포집 에너지도 사용한다

데이터 센터에 깨끗한 전기를 쓰는 것도 이들 앞에 놓인 큰 과제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소비되는 모든 전력을 제로 탄소 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2025년까지 제로 에너지를 구입하지 못한다면, 원자력 및 탄소 포집을 활용한 전기라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2017년부터 전기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구매해 왔다. 2020년 구글은 “2030년까지 24시간 탄소 없는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 원자력 및 탄소 포집을 활용한 전기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 구글은 24시간 사용되는 전기의 6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사업 전반에 걸쳐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 또한 재생 가능한 전기를 충분히 구매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탄소 포집 기술을 적용한 화석연료 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마존이 건립 중인 태양광 시설. 태양광 시설 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 장치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아마존

데이터 센터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물류 네트워크에도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아마존은 애리조나에서 220MW의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설립하고 있다. 아마존은 “24시간 깨끗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 장치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확장하지만 

탄소 감축 계획은 미미한 통신3사

국내 IT 기업도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과 냉각시설 개선, 에너지 효율 증대 등의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데이터센터 지속 가능성 표준화 이슈 현황’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ICT 부문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서울시에서 가장 전력사용량이 많은 건물은 KT 목동 인터넷 데이터 센터로, 1년 동안 5만7000개 가구의 전기 사용량에 맞먹는 20만5100MWh의 전력을 사용했다.

통신3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떠오르면서, 이들의 탄소 배출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IDC 사업자인 KT는 목동, 여의도,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에 14개 IDC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에 평촌, 상암, 가산 등 6곳, 지방에 부산, 안양, 대전, 광주 등 6곳 총 12개 IDC를 운영 중이다. 오는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평촌2센터(IDC)도 건립 중이다. SKT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서초, 일산(2곳), 분당, 가산 등에 총 5개의 IDC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탄소 감축 대응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T는 지난해 SK그룹 관계사와 함께 RE100에 가입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한국 전력공사와 연간 44.6GWh 분량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인증에 관한 ‘녹색 프리미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넷제로 달성 목표는 2050년으로 다소 늦다. 

KT의 경우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RE100 사전검토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고 최종 단계만 남겨둔 상황(승인 대기)“라며 RE100 가입을 시사한 바 있다. 6개 국사에 태양광 시설을 넣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자립국사를 구축 중이기도 하지만, SKT와 마찬가지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RE100 가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잡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