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SK E&S 그린워싱, 공정위 "문제없다"...글로벌 기후소송은 지금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업의 광고에 대해 ‘그린워싱’ 여부를 심의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기후솔루션이 신고한 SK E&S의 광고에 대해, “SK E&S의 LNG 광고가 표시광고법상 거짓, 과장광고에 해당하지 않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와 타임즈지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었는데, 공정위 결정 내용은 조용히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배경은 2025년 가동할 예정인 SK E&S의 호주 북서부 바로사 지역의 7000만톤 규모의 LNG 발전소 때문이다. 이 LNG발전을 이용할 경우 매년 최대 1350만톤의 탄소가 배출될 전망인데, 지난해 3월 SK E&S가 자사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CO2 없는 친환경 LNG시대를 연다”는 제목과 함께 탄소포집기술(CCS)을 활용해 CO2를 제거한 ‘CO2 Free LNG’를 생산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이 대목을 지적하며 “과장 광고”라고 주장한 반면, SK E&S는 “CCS를 활용하면 탄소를 없앨 수 있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기후솔루션은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를 근거로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1350만톤을 포집할 수 있는 설비는 없으며, 현재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저감책도 내놓지 않은 채 홍보수단으로 이를 사용한다고 봤다. 반면 SK E&S는 생산단계의 발생 탄소 400만톤 중 CCS를 이용해 240만톤을 제거하고, 나머지 160만톤은 탄소배출권 구입 등을 통해 상쇄하는 등 탄소중립이 거짓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공정위는 SK E&S 광고가 향후 생산계획에 관한 것이어서 현 시점에서 거짓이나 과장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CS 적용 기술이 미래 시점에 적용될 기술이기에, 현 시점에서 이 기술을 이용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거짓 여부 판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측은 “그린 워싱을 강력히 감독하는 해외와 반대되는 흐름”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호주 기후소송, 항소법원은 지난해 판결 뒤집어
지난해 기후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진 이후 그 결과를 알리는 후속보도는 적었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기후소송에 제동을 거는 판결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호주의 기후 소송이다. ‘87세 수녀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해 브리지드 아서(Brigid Arthur) 수녀가 8명의 고등학생들을 대표해 뉴사우스웨일스 북부에 탄광을 건설하려는 광산회사 화이트헤이븐의 계획에 대한 금지 명령을 요청한 것이다. 이들은 “화석연료와 지구 온난화 사이의 과학적 연관성을 감안할 때, 탄광이 계속 지어지도록 허용하는 것은 환경부 장관의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지난해 법원에서는 수녀측이 승소했다. 화이트헤이븐사의 탄광 증설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정부가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유해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기후 운동의 획기적인 승리’라며 대환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민간 소송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현지시각) 연방법원은 항소판결에서 재판관 3명의 전원일치로 지난해 내린 판결을 뒤집었다. 제임스 올솝 주심은 판결문에서 “이러한 ‘주의 의무’ 요건은 사법부로 하여금 고도의 공공정책을 재평가, 변경 혹은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평가는 사법부가 결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클린 필 멜버른대 기후변화법 교수는 “호주에서는 그동안 연방정부가 제대로 된 기후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외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에게 기후변화의 더 큰 역할을 점진적으로 수용하라는 트렌드를 보여왔다”며 “이번 결정이 호주 기후소송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호주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갱신해야 함에도 이를 갱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대 석탄수출국 중 하나로 화석연료 확대를 촉진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후 소송이 많은 국가다. 시드니대학 호주기후환경법센터 로라 슈이저스 부소장은 “소송 당사자들은 정부와 기업을 향해 ‘기후 무반응’을 설명하라며 끊임없이 새롭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기후 소송을 한다”며 “이번 법원의 결정은 결국 파리 기후협정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아니라 정부가 ‘연방 환경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기후소송, 이제는 기업 이사진으로 옮겨가고 있어
물론 기후소송이 더 약화되거나 축소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기후 활동가의 소송 움직임은 올해 들어 더욱 과감하게 ‘기업 이사진’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로얄더치셸의 주주인 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는 “파리기후협약과 전적으로 부합하는 전략을 이사회가 채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13명의 임원과 비상임이사에 대해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통보했다. 클라이언트언스는 기후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전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 웨일스 고등법원에 이의제기를 신청하기 전 로얄더치셸에 보낸 서한에서, 이들은 “셸은 기후변화의 물리적, 전환기적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있으며, 이사회의 기후전략이 늦어질수록, 사업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불가피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갑작스러운 ‘핸드브레이크 턴(handbrake turn)’을 해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셸은 이미 지난해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줄이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다. 셸은 이 결정에 항소했다. 셸은 2030년까지 판매되는 에너지제품의 탄소강도를 20%, 2035년까지 45%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온실가스의 절대배출량 감축은 약속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