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코와 LG디스플레이의 공통점은?

2022-03-23     홍명표 editor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픽사베이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인 3월 22일, 물 관련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가 등장했다. 물 부족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의 대표적인 이니셔티브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다. ‘워터 포지티브’란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보충해서 플러스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워터 포지티브 선언을 한 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이 거대 식품기업 펩시코(PepsiCo)다.

펩시코는 2030년까지 ‘워터 포지티브’를 실현하겠다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혁신, 투자 및 파트너십을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여기에는 감자칩 제조에 사용된 물의 절반을 회수하는 신기술, 미국 콜로라도 강 유역에 200만 달러 투자해서 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물 공급, 2025년까지 1만 헥타르에 물방울을 이용한 농경지 관개기술 등이 포함됐다. 

 

감자칩 공정에서 50% 물 재활용 신기술 

“펩시코가 2030년까지 ‘워터 포지티브’ 목표를 달성하려면 9년이 남았는데 허송세월을 보낼 여유가 없다”며, “펩시코는 선언 이후 1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지속가능성담당 짐 앤드류(Jim Andrew)가 전문미디어 저스트민즈(Justmeans)에 밝혔다.

이 중 놀라운 것은 감자칩을 튀길 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응결시키고 처리해서 50%의 물을 재활용하는 신기술이다. 응결과정에서 재생된 에너지는 다른 곳에 활용한다. 

펩시코는 인도의 콜카타에 있는 공장에서 이 기술을 사용했는데 매년 6000만 리터의 물을 절약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7년 동안 이 기술은 물이 부족한 30개 지역에 있는 감자칩 공장에 사용될 예정이다. 

펩시코는 미국 내에서도 물을 절약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콜로라도 주는 세계적으로 물이 부족한 지역이다. 펩시코는 200만 달러를 투자해서 비영리 단체와 손잡고 저수지의 수로를 건설하고, 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물 부족, 품질 등을 해소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한편, 아프리카에서는 펩시코 재단이 2006년부터 2030년까지 1억 명이 안전한 물을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펩시코는 이스라엘 기업 엔드립(N-Drip)과 제휴, 물방울로 관개시설의 물을 절약하는 기술을 인도, 베트남, 미국에서 실행했다. 그 결과, 농작물 수확량이 향상되고 비료 사용량은 감소했으며 물 소비량도 50% 줄었다. 펩시코는 2025년까지 1만 헥타르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펩시코는 물 부족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홈페이지

‘워터 포지티브’ 선언을 한 기업은 펩시코 같은 식품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위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도 이미 ‘워터 포지티브’ 선언을 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일부 사무실의 화장실과 공장에 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폐수처리장을 설치했거나 짓고 있다. 대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를 냉각시키는데 물을 쓰고 있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조지아 주의 데이터 센터에 재활용된 폐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주, 암스테르담, 더블린에서 구글처럼 재활용 폐수를 사용하며, 컴퓨터 서버를 액체에 담그거나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가라앉혀 바닷물에 열을 식히는 실험도 하고 있다. 

 

물 재활용률 가장 높은 기업 LG디스플레이, 98.72% 

한편, 국내에서는 (재)기후변화센터가 국내 기업의 물 재활용 실태를 조사한 ‘환경데이터플랫폼 활용 보고서’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서 22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00대 상장기업과 발전과 관련된 공기업 7개사를 조사했는데 평균 물 재활용률은 16.2%로 나타났다. 전 분야에서 가장 물 재활용률이 높은 기업은 LG디스플레이로 98.72%였다. 

LG디스플레이는 하드웨어 및 IT장비 기업으로 제품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수를 재사용 멤브레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체 정화한 다음 초순수 제조에 사용한다. 초순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오염물질을 전부 제거한 매우 순수한 물이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공장이 있는 경기 파주시와 경북 구미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서 생활하수를 하수재이용 시스템을 이용하여 공업용수로 재사용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하루 4만1200톤의 생활하수를 정화 처리해서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19년의 물 재활용률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인데, 국내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국내 7개 사업장에서 9600만 톤의 물을 썼으나 재활용률은 15%에 그쳤다. 다만, 해외 36개 사업장 평균은 51%에 이른다. 보고서는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통신기기, 가전제품 중 사업 분야가 넓기 때문에 다른 반도체기업과 직접적인 물 재활용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기업의 경우 TSMC는 85% 이상의 물 재활용률, 인텔도 75% 물 재활용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 물 재활용률에 대한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하드웨어 및 반도체 산업의 평균 물 재활용률은 28.1%였다. 

한편, 물 재활용률이 높은 상위 10개 기업은 LG디스플레이, 동국제강, 강원랜드, 한국중부발전, 깨끗한나라, 효성티앤씨, SFA반도체, 태영건설, 효성첨단소재, 무림피앤피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2015년~2018년에 꾸준히 상위 10개 기업에 들었던 쌍용C&E, 대한제강, 삼표시멘트, 두산, 벽산, 가온전선이 2019년에는 물 재활용률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기후변화센터는 밝혔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물 재사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강력한 규제 및 물 재사용 데이터 공개 의무화 등이 필요하며 물 재활용률이 기업의 그린워싱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투명하고 정확한 물 재사용 데이터 산출방법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인구행동단체(PAI)가 세계 각국의 연간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재생가능 수자원량을 산정하고 전 세계를 물기근, 물부족, 물풍요 국가로 분류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90년에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었고 2025년에는 물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