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래리핑크 두번째 서한... "세계화의 종말", 재생에너지 미래는?
블랙록 래리 핑크 CEO가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여 만에 연례 주주 서한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 2번째 서한이다. 핑크 CEO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경험해 온 세계화의 종말이 선언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핑크 CEO는 이날 서한에서 “러시아의 잔혹한 공격은 냉전 종식 이후 30년 전부터 제자리걸음을 해오던 세계 질서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고 말했다. CNBC와 포브스 등은 래리 핑크의 서한에서 '세계화의 종말'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핑크 CEO는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해 온 세계화에 종지부가 찍히면서 국제 무역의 가속화, 세계 자본시장의 확장, 경제 성장의 증가로 얻은 이득과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평화 배당금의 시대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이른바 ‘경제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런 냉각기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탈세계화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해 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이 더 높은 물가와 더 낮은 경제성장률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정학적, 거시 경제 동향, 자본 시장 질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도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핑크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는 많은 지역사회와 사람들에게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면서 “오늘날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양극화와 극단주의 행동이 악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블랙록은 “액티브 또는 인덱스 포트폴리오에 러시아 증권 매입을 중단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투자에 손을 뗐다고도 밝혔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은 가속될 것
이번 서한에서 래리 핑크 CEO는 에너지를 강조하면서 “지금은 넷제로 이행이 퇴보하고 있다고 느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에너지 부문은 의미심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초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에너지가 안보 성격을 띄게 되면서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보다 석유나 천연가스 비축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석유나 천연가스가 모자라게 된다면 석탄 사용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어, 단기적으로 봤을 땐 탄소 제로로 향하는 전 세계적인 진보가 주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핑크 CEO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이동에 속도가 붙을 것이며, 이미 몇몇 국가는 에너지 자립의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논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U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에너지 보안의 중요 요소로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전 목표치보다 15년 앞선 2035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핑크 CEO는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자체적인 에너지원이 없는 나라들은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개발해야 하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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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의 가격이 비싸지면서, 재생에너지 가격과 차이가 작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핑크 CEO는 “에너지 가격이 높을수록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그린 프리미엄은 줄어들어 경제적으로 훨씬 경쟁력을 갖추기 쉬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소외계층의 부담을 늘려 공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다만 이 일련의 과정에서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발간된 블랙록의 연례 서한에서도 래리 핑크 CEO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조건 사용하지 않는 것이 탄소 제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라며 “탈탄소에 주도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산업부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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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한에서도 에너지 전환은 하룻밤 사이에 일직선으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수 없다며 “에너지 믹스를 갈색에서 연한 갈색으로, 연한 녹색에서 녹색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화폐 연구 중... 입장 바꾼 블랙록
한편 이번 서한에서 래리 핑크 CEO는 디지털 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지난 자신의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5월 핑크 CEO는 “가상 화폐는 변동성이 커 투기적 거래 수단의 성격이 있다”며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서한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각국은 통화 의존성을 재평가하게 됐다”라며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스템은 자금 세탁과 부패의 위험을 줄여 국제 거래의 정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블랙록은 디지털 화폐와 스테이블 코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