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보유자산의 탄소배출량 측정은?...KCGS 리포트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금융기관들에게도 보유 자산에 대한 탄소배출량 산정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배구조원(KCGS)이 지난 31일 펴낸 KCGS 리포트(12권 3호)의 ‘금융기관 보유 자산에 대한 탄소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 : PCAF의 The Standard 가이드라인 소개’는 대출, 투자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과 표준을 포함한 PCAF의 지침서(The Standard 가이드라인)와 국내 주요 금융기관 도입 사례를 소개했다.
PCAF(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는 2015년 네덜란드의 금융기관들이 모여 창설한 비정부 협력기구로, 현재는 세계 각 권역의 금융기관 232개가 참여하여 운용자산이 62조 6000억달러(7경600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DGB금융그룹, JB금융그룹, BNK금융그룹, IBK기업은행,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총 10개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PCAF, 금융자산의 6가지 유형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식 제공
PCAF는 2020년 11월에 금융기관들의 보유 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에 대한 지침서(The Standard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주요 사용 대상을 상업은행, 투자은행, 개발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라고 밝혔으며, 탄소중립을 선언한 금융기관들은 모두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금융기관의 자산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분류 자산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방법론을 제공한다. 금융 자산의 6가지 유형은 ▲채권(listed equity and corporate bonds) ▲대출(business loans and unlisted equity)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주택 담보 대출(mortgages) ▲자동차 대출(motor vehicle loans)로 분류된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보유 자산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할 수 있다.
금융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본형 산정 계산식을 토대로 유형별로 달라진다.
기본 산정 계산식은 1)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포함한 금융 자산의 총 투자액(Total equity+debt)을 분모에, 금융기관의 투자 잔액(Outstanding amount)을 분자에 두어 액면 할당(Attribution faceor)을 도출한 후, 2) 투자받은 사업 혹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곱하는 방식이다.
6개의 금융 자산 분류 중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만 기본 산정식을 따르며, 채권과 대출의 경우 총 투자액을 '현금을 포함한 기업가치'( EVIC, Enterprise Value Including Cash)으로 대체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택담보대출은 총 투자액 대신 ‘사업 시작 시 자산 가치’를 분모로 활용하며, 자동차 대출은 ‘시작 시 총 가치’를 사용한다.
또 대출과 채권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부동산과 주택 담보 대출은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진다. 이외에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투자 프로젝트 단위, 자동차 대출은 투자 대상이 된 차량을 산정 기준으로 활용한다.
PCAF 방법론의 국내 도입 사례는? KB와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은 2021년 3월 PCAF 가입 이후 7월에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로 PCAF 방법론을 적용한 자산 포트폴리오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KB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연간 총 배출량은 약 2676만tCO2eq인 것으로 밝혀졌다.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기업대출(64%)이었으며, 총 배출량의 약 91%를 기업대출, 회사채, 주식 등이 차지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2년 3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금융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자사의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은 PCAF 가이드라인 산정식을 토대로 고객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회사의 금융자산 유형에 따라 산출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신한금융그룹은 6개 산업군, 약 230조원의 금융자산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했고, 이를 ▲산업별 ▲고객별 ▲자산별 ▲계약 만기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은 향후 자산 포트폴리오 변동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동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신한금융그룹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그룹사별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오윤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사업본부 선임연구원은 KCGS 리포트를 통해 “금융기관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민한 노력을 기울여야하며, 이를 위하여 자산 포트폴리오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는 것을 기후 대응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금융기관 보유 자산의 탄소 배출량 산정 지침을 제정한 PCAF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며 “해당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자료를 기업이 금융기관에 직접 제공해야하는 상황이 점차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