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쏟아낸 유럽항공사들..."지속가능연료에 정부 보조금 달라"

2022-04-04     홍명표 editor
유럽의 항공사들이 저렴한 SAF 등 정부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픽사베이

유럽의 항공사들이 항공산업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정부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항공산업 로비 모임이 최근 있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항공산업이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은 재정적인 지원과 법적 지원을 모두 요구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로비스트 모임 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유럽 항공산업 협회 모임에서도 비슷한 요구사항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 두 모임에서 공통적인 논의사항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이하 SAF), 탄소 감축계획, 유럽항공산업 혁신계획, 연료절감 및 배출 15% 감축 계획 등이었다.  

SAF는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항공연료로, 이산화탄소배출량은 기존의 항공연료보다 75%가량 적지만 가격은 2~5배 더 비싸고 생산시간도 더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F가 비싼 결정적인 이유는 현재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다. 대량 생산을 하려면 막대한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항공산업이 95%나 감소한 지금, 거액의 설비투자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 항공사들이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유럽연합은 항공운송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유럽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를 섞어서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SAF의 혼합비율을 2025년 2%, 2030년 5%, 2035년 20%, 2040년 32%, 2050년 63%로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전 세계 항공연료의 0.1%만이 SAF라고 한다. 

일부 유럽과 미국 항공사들은 이런 방침에 따라 SAF 사용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KLM과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올해 전체 연료의 0.5~1%를 SAF로 사용할 계획이고 2030년에는 5%, 2050년에는 63%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와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등도 릴레이로 SAF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어떻게 SAF의 가격을 낮추느냐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부 보조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국의 저가 항공사 이지젯(EasyJet)의 CEO 조한 룬드그렌(Johan Lundgren)은 “SAF가 채산성이 있으려면 정부차원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SAF 비용을 비행기 티켓 값에 전가하면 누가 비행기 타겠는가?”느냐고 블룸버그에 반문했다.

네덜란드의 KLM처럼 비행기 티켓 값에 SAF의 비용을 전가하려는 항공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아메리칸항공그룹,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10개의 항공사들은 지난해 보스컨컨설팅그룹이 자문을 맡은 TF를 구성해서 자금을 모으고 청정 연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항공통제 때문에 발생하는 연착 문제, 항공연료 낭비의 주범

현재 SAF 가격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은 정부와 투자자, 기업들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빌 게이츠가 초기에 15억 달러(1조8000억원)을 투자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촉매(Breakthrough Energy Catalyst)’는 혁신 금융과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총 150억 달러(18조원)를 투자해, SAF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이 펀드에는 미국과 영국, EU 등 정부에서도 10억 달러(1조2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SAF 대량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역시 화석연료 회사다. 네덜란드의 로얄더치셸은 2024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연간 80만 톤 이상의 재생 연료를 생산할 예정인데 생산량의 절반은 SAF를 만드는 데 쓴다고 한다. 핀란드의 재생연료회사인 네스테도 SAF를 2025년까지 약 150만 톤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세금 혜택을 주는 정부도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최대 70%를 줄일 계획인데, 탄소배출에 대한 세금 정책을 더욱 합리적으로 마련해 적극적으로 SAF를 사용하는 항공회사에 혜택을 줄 계획이다. 

한편, 영국 BBC는 “에어버스가 수소 가동 비행기를 2035년까지 도입하거나 SAF로 비행기를 운항한다면 정부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SAF 이외에도 유럽의 항공사들은 연착을 문제 삼았다. 라이언항공(Ryanair)의 CEO 마이클 오리어리(Michael O’Leary)는 “작년 라이언항공의 연착의 90%는 항공통제 때문이었다”며, “연료 가격이 기록적으로 비쌀 때 연료를 낭비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유럽연합 운송위원 아디나-이오아나 발레안(Adina-Ioana Valean)은 “싱글스카이 계획은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변화를 꺼리는 항공교통관리당국과 정부 때문에 안되고 있다”며, “나는 아직도 정부교통부장관들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놀라울 뿐”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싱글스카이 계획은 항공교통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서 유럽 하늘에서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는 항공 안내 서비스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