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험을 기업 회계에 반영하라는 투자자들

2022-04-05     홍명표 editor
유럽의 대기업들에게 경고장을 보낸 투자자 가운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라신앤파트너스/홈페이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기후위험을 기업의 회계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7조 달러(8400조원)을 운영하는 투자자 34명이 유럽의 대기업 17개사에 기후위험의 회계처리에 대해 이사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냈다고 로이터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기후변화의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 기업이 애매한 태도를 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압력은 2년 전부터 있었다. 영국의 투자전문회사 사라신앤파트너스(Sarasin&Partners)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은 거대 석유기업 BP에 기후 위험을 자산가치에 반영하라고 압력을 넣어 BP를 포함한 석유메이저들의 자산가치를 낮게 평가한 적이 있다. 이 압력 때문에 BP의 경우 자산 가치를 최대 175억 달러(21조원) 감소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사라신앤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이 캠페인은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의 비용 하락이 미래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이터에 의하면, 작년 12월과 올 2월에도 투자자들은 기업들에게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기업의 자산과 부채에 반영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경고장을 보낸 투자자 34명 중 한 명인 나타샤 란델-밀즈(Natasha Landell-Mills)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에 내재된 기후 위험을 모르고서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2020년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기관투자가 그룹(IIGCC)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하려고 시도했는데 최근에 또다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번 경고장에서 투자자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에 처한 기업들의 감사위원회의 이사들 중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사들의 연임을 반대했다. 경고장은 그 기업들의 주요 감사 파트너들에게도 복사됐고 투자자들은 회계법인들과도 접촉했다. 

"이번 경고장을 받은 이후 로얄더치셸은 세밀한 분석을 했으며, 이를 통해 화석연료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270~330억 달러(33~40조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랜덜-밀스는 로이터에 밝혔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도 투자자들과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오는 11일 지속가능성 전략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같은 독일 기업 티센크루프는 IIGCC 회원인 투자운용사에 보낸 서한을 공유하며 현재 당사자의 문의사항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투자자들은 많은 기업들이 넷제로를 약속하고 규제당국의 압력을 받고 있으면서도 대다수가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4일(현지시각)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유지하기 위해서 더 빠른 조치가 필요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필요한 조치 중 극히 일부만 시행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1990년 이후 IPCC가 발표한 기후변화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전 세계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15년 파리협정에 계획된 1.5℃ 온난화 한도를 넘어서 올 세기말까지 약 3.2℃까지 상승하는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