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폐국 폐휴대폰에서 금추출 공장 건설...전자폐기물을 잡아라! 

2022-04-06     송준호 editor
영국 왕립 조폐국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세계 최초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밝혔다./ 조폐국

버려지던 휴대폰에서 금을 추출해내고, 전기차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이 국내외에서 본격 가동되고 있다. 

영국 왕립 조폐국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세계 최초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밝혔다. 조폐국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엑시르(Excir)’의 특허 기술을 이용해 휴대폰 및 노트북 회로판에서 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공장 건설은 3월부터 시작된다.  

조폐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엑시르의 특허 화학물질은 전자 폐기물에 포함된 귀금속의 99%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은 상온에서도 귀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휴대폰과 노트북 등의 전자폐기물은 영국 외부의 제련소에서 고온으로 처리돼왔으나, 조폐국은 사우스웨일즈에 위치한 조폐국의 제조공장에 직접 금을 추출할 수 있도록 인근에 공장을 짓는다. 

CNBC는 “이 공장이 2023년 완전 가동되면 영국 조폐국은 영국에서 공급된 회로판을 주당 90톤까지 처리해 연간 수백 킬로그램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 조폐국 최고성장책임자 숀 밀라드는 “몇 초 안에 전자 폐기물에서 귀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기술을 영국에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왕립 조폐국은 캐나다의 '엑시르'와 협업해 전자 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엑시르 홈페이지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Global E-waste Monitor)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는 약 5360만톤의 전자 폐기물을 생산했으나 이 폐기물의 17.4%만이 수집 및 재활용되었다고 한다. 낮은 수거율과 재활율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전자폐기물에 수은, 염화불화탄소(CFC)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자폐기물 또한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CNBC는 뉴질랜드에 본사를 둔 ‘민트 이노베이션(Mint Innovation)’ 사례도 소개했다. 전자폐기물에서 귀금속을 회수하기 위해 미생물과 저비용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소위 ‘바이오제련소(biorefineries)라고 불린다. 

a diagram explaining how urban mining enables a full circular economy in precious metals, supplementing traditional scrap recycling

민트의 비전은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바이오제련소를 만드는 것으로, 호주 시드니와 영국 노스웨스트에 최초로 2개의 바이오제련소를 짓기 위해 1400만달러(170억원) 조달에 성공하기도 했다. 시드니 공장은 연간 최대 3500톤의 전자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민트 이노베이션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서큘러스 액셀러레이터 코호트 2021(The Circulars Accelerator Cohort 2021)’의 참가자 200곳 가운데 선정된 17개 회사 중 하나다. 

CNBC는 “민트이노베이션 시스템에는 고철을 채취해 일률적으로 모래처럼 분해하는 것도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4대그룹 모두 참여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가동

한편, 국내에서도 ‘사용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이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사업에는 삼성SDI, 현대차,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4대그룹이 모두 참여한다. 이외에 우진산전, 인셀, 원광전력, 성일하이텍, 평산전력기술, 어스텍, 지엠티코리아, 바이오코엔 등 배터리 및 폐자원 관련 중소기업 7곳도 참여했다. 지자체와 연구기관들도 공동 참여하는데, 나주시, 한국전지산업협회, 한국전지연구조합, 녹색에너지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제주테크노파크, 목포대 등이다. 

이들은 나주시의 ‘EV, ESS 사용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화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최초로 배터리 재사용-재제조-재활용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한다. 

보통 전기차 폐배터리는 초기 대비 70~80% 수준으로 용량이 떨어질 경우 교체하는데, 이를 ESS(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한 배터리 부품을 수리해 새로운 제품급 성능으로 되돌리는 재제조, 폐배터리에서 핵심 부품만을 수거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재활용이라고 불린다. 

국내 등록된 자동차 중 총 2501만5291대 중 전기차는 24만1182대로, 전체의 0.9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폐배터리가 2025년이면 8321개, 2029년이면 7만8981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