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수정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적용품목 확대, 도입 시기 및 무상배출권 폐지 가속화, 배출범위 적용 확대 등이 주요 내용

2022-04-06     김민정 editor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가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유럽연합(EU)의 CBAM 수정안에 따르면, 도입 시기가 1년 빨라지고, 기존 품목에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같은 품목이 추가되는 등 초안보다 강화된 내용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출처. EU의회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

CBAM 수정안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중 한국무역협회 국제지원센터의 신규섭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일 발표한 ‘EU의회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CBAM 수정안을 초안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내용으로 ▲적용품목 확대 ▲도입 시기 및 무상배출권 폐지 가속화 ▲배출범위 적용 확대 ▲역외국의 탄소가격제 인정 등을 언급했다. 

신규섭 연구원은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CBAM 적용품목의 확대를 들었다. 초안에서 CBAM 적용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5개였지만, 수정을 거치며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가 추가돼 모두 9개로 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CBAM 도입 시기가 당겨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정안은 CBAM의 도입을 기존 2026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길 것과, EU-ETS(배출권거래제도) 하의 무상배출권을 2028년(시멘트는 2025년)까지 조기 철폐하는 내용을 명시한다. 신규섭 연구원은 “CBAM과 무상배출권은 탄소누출 방지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상호대체적이며, EU는 이에 따라 제도 설계 단계부터 CBAM을 통해 점진적으로 무상배출권을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배출범위의 적용 확대도 눈여겨 봐야 한다. 수정안은 CBAM이 적용되는 탄소 배출범위를 직접배출에서 간접배출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해, 신규섭 연구원은 “초안이 CBAM 적용 배출범위에 직접배출만을 포함하고 간접배출은 추후 데이터 수집을 통해 추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CBAM 수정안은 역외국의 탄소가격제를 인정하고 있는데, 명시적 탄소가격제만이 CBAM 인증서 구입에 대한 감축・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신규섭 연구원은 “탄소 가격을 객관적인 수치로 설정하는 명시적 탄소가격제와 달리, 묵시적 탄소가격제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배출효율 등급제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를 포괄한다”라고 설명하며 “수정안은 묵시적 탄소가격제의 영향은 이미 수출자가 CBAM 인증서를 더 적게 구입하는 결과로 반영이 되기 때문에, 오직 명시적 탄소가격제만이 면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 포함돼 있어 대책 마련 필요

관련 업계는 CBAM 수정안과 관련해, 초안 공개 후 EU 의회의 견해를 보여주는 첫 번째 공식 문서인 만큼, 수정안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CBAM 적용품목을 살펴보면, 지난 2019~2021년 우리나라가 EU로 수출한 연평균 수출액은 초안 5개 품목의 경우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로, EU로의 총수출 중 5.4%를 차지했다. 적용품목이 9개로 늘면 55.1억 달러(약 6조7000억원)로, 같은 기간 EU 수출의 15.3%를 차지한다. 이는 초안과 비교했을 때 수출 비중이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단순 수출금액 기준으로 국내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섭 연구원은 “품목별로 따지면, 플라스틱의 평균 수출금액이 40억1000만 달러(약 4조 8000억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유기화학품은 14억9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 그 외 수소 및 암모니아 수출은 미미하다”라면서 “화학품과 플라스틱 업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CBAM에서 이들의 적용품목 추가로 관련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했다.

더불어, CBAM이 적용되는 탄소 배출의 범위가 간접배출까지 확대되면, 산업 부문의 전력소비량이 높은 우리나라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본다. 

신규섭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을 기준으로 전력 1kWh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472.4g으로, EU(215.7g)나 캐나다(123.5g) 같은 선진국보다 2~4배가량 많아 부담이 훨씬 크다”라면서 “전력생산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주요 원인은 에너지원으로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EU의회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

반면, 수정안과 같이 명시적 탄소가격제만을 CBAM의 면제・감면 대상으로 한다면, 이미 ETS를 운영 중인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세계적으로 국가 단위에서 명시적 탄소가격제도를 운영하는 EU 역외국은 13개국인데, 이중 탄소가격제가 아닌 ETS를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카자흐스탄 4개국이다. 신규섭 연구원은 “배출권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EU 회원국이거나, 스위스・아이슬란드 등 CBAM 적용 면제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감면 수준은 경쟁국보다 높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ETS와 EU-ETS의 배출권 가격 차이는 향후 좁혀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들의 CBAM 감면 확대 및 국가 차원의 CBAM 면제 가능성도 열려 있다”라고 했다. 

EU 의회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CBAM 최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는 최종 법안이 수정안을 얼마나 반영할지 미지수지만, 수정안에 초안보다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출처. EU의회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