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의 ESG 변신은 성공일까?

2022-04-07     홍명표 editor
사진은 이번에 개편한 증시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화면

지난 4일 도쿄증권거래소가 개장했지만 이 날은 여느 때와 달랐다. 바로 60년 만에 증권거래시장을 가장 크게 개편한 날이기 때문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개정해 ESG투자 확산을 촉진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일본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증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일본 상장기업들의 금융 및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서방 증권거래소 기준과 보다 긴밀하게 일치시켜서 해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에 적용된 개정안은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지속가능성, 다양성, 이사회 기능 수행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개정하는 내용이었다. 일본 상장기업을 과거 5개에서 프라임(Prime), 스탠더드(Standard), 성장(Growth) 등 3개 섹션으로 과감하게 나누었다.

가장 상위 기업들은 프라임 섹션에 속하는데 프라임에 속하려면 더 높은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개편을 앞두고 일본과 해외 기관투자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프라임 시장에 속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가 최소 100억엔(10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사외이사를 두어야 하며, 여성ㆍ외국인ㆍ전문가 등 이사회 다양성을 갖춰야 하고, 지속가능성 및 ESG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막상 개장하고 보니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과거에 1부에 속했던 기업의 80% 이상이 그대로 프라임 섹션에 속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 적용이 미약한 탓인지, 프라임 섹션에 속한 기업 1839곳 중 300곳은 자격요건이 미흡하지만 향후 자격을 충족하겠다는 계획서 제출만으로 가입이 허용됐다. 실제로는 1500개 기업만이 프라임 섹션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골드만삭스의 일본 주식전략가인 다테베 가즈노리(Tatebe Kazunori)는 “프라임섹션의 약 80%가 과거 1부 시장의 약 80%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특히 실망감을 느꼈다”며, "기업의 순환출자 매각을 독려하는 등 긍정적인 발전도 있지만,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3년 전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요구가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에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21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개편에 따라 일본기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이버거 버먼(Neuberger Berman)의 오카무라 케이(Okamura Kei) 매니저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과 같은 속도로 진화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 회사들이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 기업지배구조협회의 일본 워킹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오카무라는 "일본의 몇몇 유명한 기업들이 최근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변화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즉, 지도부 교체, 사상 첫 위원회 구성 시행, 독립 이사 증원 등의 변화다. 그는 "이들 회사의 이사회가 이 문제들을 논의해 온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RMB 캐피털의 파트너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호소미즈 마사카즈(Hosomizu Masakazu)는 "거래소 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일본 기업들 사이에 긍정적인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즈에 주장했다.

도쿄증권의 모기업인 일본거래소 그룹의 키요타 아키라(Kiyota Akira) 대표는 4일 개막식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상장기업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야마지 히로미(Yamaji Hiromi) 도쿄증권 회장은 "새로운 기준이 기업들이 유동성과 지배구조와 같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마지 회장은 "이번 개정은 상장기업의 마인드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1961년 이후 첫 번째 주요 개혁인만큼 '신중하게' 진행돼야 했으며 이는 출발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3년만다 기업지배구조 지침을 개정하는 방식 등과 같이 새로운 내용을 다시 추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