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기후 로비 활동 공개 거부…나홀로 다른 행보

2022-04-11     유미지 editor
폭스바겐이 주주들의 기후 로비 활동 공개에 대한 제안을 거부했다./ 폭스바겐 

 

기후 문제에 대한 투자자의 압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폭스바겐이 회사의 기후 로비 활동 공개에 대한 주주의 요구를 거부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 문제가 총회의 권한을 넘어선 문제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그룹, 폭스바겐에 기후 로비 활동 공개 요구

스웨덴 공적연기금과 영국교회연금위원회(CEPB) 및 5곳의 주주 그룹은 폭스바겐의 기후 로비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 주주들의 이런 제안은 폭스바겐과 3년 이상 대화한 끝에 나온 것이다.  

스웨덴 제7공적연기금(AP7)의 성명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협력 업체들의 명단은 공개했지만 이들의 목표가 폭스바겐의 배출량 감축 목표와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폭스바겐이 이 문제가 주주총회의 권한을 넘어선 문제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했다”라고 밝혔다. 

주주 중 한 명인 AP7의 지속 가능성 전략가 샬로타 시드스트랜드(Charlotta Sydstrand)는 "이사회는 회사의 기후 로비 활동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주 제안은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바이엘(Bayer), BMW, 이온(E.ON),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 등에도 전해진 것으로, 2022년 3월과 4월에 각각 기후 로비 활동에 대해 보고하겠다고 약속한 벤츠와 BMW와 달리 폭스바겐은 아직까지 공약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EPB는 “투명성에 대한 공개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다른 독일 회사들과 대조되는 행보”라며 비난했다. 

폭스바겐이 투자자 그룹, 환경보호단체들로부터 계속된 압박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

 

계속 압박받고 있는 폭스바겐

지난 5일에는 7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34명의 투자자가 BP와 폭스바겐을 포함한 유럽 최대 기업 17곳에 대해 기후 위기 회계에 대해 이사회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기업과 감사인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가장 최근의 조치로, 넷제로 전환에 대해 빠르게 움직이지 않거나 제대로 된 계획을 내놓지 않는 이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분석된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지난 12월과 2월 사이 회계 장부에 기후 변화로 인한 자산의 부채와 여파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회계에 기후 위기를 반영할 경우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부 자산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설비 등을 ‘좌초자산’으로 미리 분류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웨덴 공기금 AP7의 지속 가능성 전문가 샬로타 시드스트랜드. / AP7

지난 11월, 독일 그린피스로부터 고소당해

한편 지난해 11월, 폭스바겐은 독일 그린피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린피스는 소송에 앞서 8주간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소 65%까지 줄이라”라고 요구해왔지만 폭스바겐은 이를 공식 거부했다. 이어 “적절한 조치를 설계하는 일은 의회의 몫이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정의로운 방법이 아니다”라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로얄더치셸의 기후 조치가 시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하라는 판결이 네덜란드 법정을 통해 나온 바 있고, 엑손모빌, BHP 등 기업을 상대로 집단 소송들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폭스바겐도 그에 맞는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