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H&M 총배출량 늘었는데 어떻게 CDP 높은 점수 받았지?
패션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염이 심한 산업이다.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친환경 기업임을 끝없이 어필한다.
미국 나이키와 스웨덴 H&M은 이러한 패션기업들 중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의해 높은 점수를 받는 모범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지난 9일(현지시각) "H&M과 나이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총량이 늘었는데도, 어떻게 CDP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시했다. 가디언은 "이 브랜드들은 매년 배출량이 증가하는 폭에 비해, 매출이 훨씬 더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총 배출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점수가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이키의 2020년 기후변화 보고서에는 “연간 배출량이 1% 증가했음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하고 배출량을 상쇄해서, 매출당 배출량이 5% 이상 감소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탄소배출량이 늘어도 장사만 잘 하면 상대적으로 배출량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배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CDP는 나이키에 A-등급을 부여했다. H&M은 2017년과 2018년에도 ‘글로벌 총배출량’ 증가를 보고했지만 수익보다 배출량이 적게 증가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고해 매년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스코프1 배출량은 회사 운영에서 직접 발생하는 배출물이고, 스코프2 배출량은 전력회사로부터 구입한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이다. 스코프3 배출물은 가치사슬을 따라 발생하는 모든 간접 배출물이다. CDP보고서의 경우 기업들은 글로벌 스코프1, 2 배출량 총합을 제공하고, 매출 증가 대비 배출량이 증가했는지 또는 감소했는지를 자체 보고한다.
나이키의 스코프 1 배출량은 2016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만7975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체 신고했으며, 2021년에는 4만7398톤으로 163%나 증가했다. H&M은 2015년 1만723톤에서 2021년 1만1973톤으로 증가해 2020년 1만3380톤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다소 줄었다.
스코프3 배출물을 배제하고 있는 대다수의 기업들처럼 나이키 또한 스코프3 배출물을 추적은 하지만, 그 총계를 공시하지는 않는다. 나이키는 가디언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앞서 직원 출장 등 스코프3 배출물은 향후 지속가능성 목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H&M는 스코프3의 배출량을 고려하고 있다. 이 기업은 가디언에 보낸 성명에서 “스코프 1과 2 배출량은 보고된 배출량의 1% 미만이며 56%의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의 주요 초점은 스코프3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21년 13억 6000만 유로(1조8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자칭 진보기업에 실망하고 있으며, 상대적 디커플링이라고 알려진 절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아니라 이처럼 매출액(수익) 대비 감축량 등의 효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엑스터(Exeter)대 지구시스템과학부 제임스 다이크(James Dyke) 교수는 "이런 종류의 상대적 디커플링의 성공을 축하하는 것은 재앙"이라며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온실가스를 대기로 퍼내는 것을 멈추면 멈출 것이며, 은행에 몇 백만 개 있는 나이키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고 못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