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인수위, 문 정부 탄소중립 정책 전면 개편 예고
2021년 온실가스 전년보다 4.16% 오히려 늘어나
제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기획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등 기후・에너지 정책의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12일,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해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이날 인수위는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경우 월평균 35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000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25년 5만3000∼5만6000원, 2030년 6만4000∼7만5000원, 2035년 7만8000∼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의 경우, 전기료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인수위는 지난 5년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줄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3조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탈원전에 따른 한전의 추가 비용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정비일수 증가 등으로 인한 원전 평균 이용률 저하로 추가구매분 8조1000억원이 발생했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1조5000억원, 신한울 1·2호기 준공 5년 지연에 따른 3조4000억원 등 지출하지 않아도 될 4조9000억원을 추가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른 부담이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또한 인수위는 실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목표에 역행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수위는 “2021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라면서 “원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의 소폭 증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16%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했다.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5대 정책 방향
인수위는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고 밝힌 뒤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 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해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온 탄소중립은 추진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여러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기후위원회 기후・에너지 팀은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1.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구성과 전력시스템 혁신
인수위 기후위원회는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수요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구성과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스템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술중립(technology neutrality)’ 원칙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늦어도 8월까지 그린 택소노미(K-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올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 방향이 반영되게 사회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2. 녹색기술 발전 위한 R&D 체계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두 번째 정책 방향은 녹색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R&D 체계의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이다. 여기에는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소형모듈원전(SMR)을 통합하는 것을 비롯해, 글로벌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산ㆍ학ㆍ연 최고 전문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지원, 에너지 혁신 벤처와 녹색 유니콘, 글로벌 인재 육성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3. 녹색금융의 본격화
세 번째 정책 방향은 녹색금융의 본격화와 관련 있다. 인수위 기후위원회는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확대, ESG 경영의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해 녹색금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과 연계자금 제공, 세금 혜택 등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고,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엄격한 룰 세팅과 민간 주도의 사전 사후 검증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4.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과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과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인수위 기후위원회는 이를 위해 파리 기후변화협정 6조를 활용한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의 구현과 자원 및 기술 스왑,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GGGI)의 적극적 활용 전략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5.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의 전략적 재구성
인수위 기후위원회가 제시한 정책 방향의 마지막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의 전략적 재구성이다. 인수위는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이끌어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효율성 결여 등의 문제가 모든 관련 부처에서 제기됐다”라고 언급,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할 것임을 알렸다.
아울러, 인수위 기후위원회는 이 같은 5대 정책 방향을 실현할 구체적 방안을 담은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2주 뒤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