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광산회사 리오틴토, 행동주의 주주 의견에 로비 그룹 탈퇴

2022-04-15     송준호 editor

호주 최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리오틴토(Rio Tinto)가 14일(현지시각) 주 광산 로비그룹에서 탈퇴했다. 리오틴토가 탈퇴한 그룹은 호주 퀸즐랜드주 자원협회(QRC, Queensland Resource Council)다. 

탈퇴 이유는 리오틴토의 주주들이 QRC의 탄광 확장 정책이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자, 이에 사측의 주주 달래기로 추정된다.

켈리 파커 리오틴토 CEO는 성명에서 탈퇴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리오틴토는 신중한 고려 끝에 2022, 2023 회계연도에 QRC 회원 자격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QRC는 광물 생산량이 높은 호주 퀸즐랜드주의 자원협회로, 산업 성장을 위한 광물 세금 동결 등의 정책을 펴 왔다/리오틴토

 

리오틴토, QRC의 광산업 확대 소식에 탈퇴

이 사건은 지난 2월 행동주의 투자자 그룹 애커(ACCR,Australasian Center for Corporate Responsibility)가 리오틴토에 QRC 회원 자격 정지에 관한 주주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QRC 탈퇴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가 2020년 회원 자격이 정지된 이후로 첫 사례다. BHP는 당시 주 선거를 앞두고 녹색당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자격이 정지됐다. QRC는 녹색당 지지를 강화한다고 밝혔으나, 몇몇 회원사들은 지역 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고 BHP도 그 중 한곳이었다.  

리오틴토가 QRC를 탈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로비 그룹이 광산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로비그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광산업 확대를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회원사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안 맥팔레인 QRC 위원장은 “응답자의 95%가 퀸즐랜드의 자원 산업이 강력하고 장기적인 미래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35%는 향후 12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QRC는 2022년을 ‘풍부한 자원의 해’로 설정하여 산업 확대 입장을 표명했다.

애커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리오틴토가 탈퇴한 사건은 애커의 주주 결의안으로 촉발됐을 수 있지만, 회사는 주주들로부터 업계 협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방해하는 로비 활동을 억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커는 “앵글로 아메리칸, 오리진 에너지, 사우스32와 같이 파리협정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회원들도 리오틴토를 따라 QRC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 같이 잡긴 어렵나

리오틴토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라는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업계와 다른 행보를 보인다. 

경영컨설턴트업체 AT커니는 지난해 481개 기업의 가치와 투자자 이니셔티브 TPI(Transition Pathways Initiative) 벤치마크를 사용해 기후 행동을 평가했는데, 리오틴토는 우수한 TPI 점수로 기후 선도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평가에서 기후 후발주자로 선정된 미국 채굴 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의 기업가치에 비하면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오틴토는 국제 광업 및 금속 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ining and Metals, ICMM)에 가입해서 광물 개발 계약과 세금을 공시하거나, 철광석이나 구리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으로 산업을 전환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로카와 합작하여 캐나다에서 생산한 무탄소 알루미늄을 애플에 납품한다. 

리튬은 전기차 전환에 핵심 광물이지만, 채굴 과정에서 환경과 인권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인허가 과정도 까다롭고, 시민단체의 반발이 크다. 리오틴토는 지난해 세르비아 서부에서 24억 달러 광산계획을 발표했지만 수천 명의 시위자가 반대운동을 하는 바람에 당국이 광산에 대한 토지이용계획을 중단시켰다. 이에 최근 리튬 직접 추출(DLE) 기술에 8억2500만달러(1조105억원)을 투자했다. 

리오틴토는 2020년 수입의 90% 차지하던 호주 서부의 철광석 광산을 확장하려다가, 4만 6000년 된 원주민 유적지를 파괴했다. 주주들은 이 사건에 분노해서 장 세바스티앙 자크 전 CEO가 해고했다. 

리오틴토는 지속가능성을 강력히 지지하는 행동주의 주주 사이에서, 기업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