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유통 역발상으로 잘 나가는 싱가포르 스타트업, '에코스피릿츠'
술이나 음료를 마신 후 빈병은 어떻게 처리될까.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면, 그 술병을 다시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술병은 재활용되기 위해 수거되거나 폐기된다. 만약 이렇게 유통되는 술병과 음료수병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싱가포르의 한 스타트업이 실제로 술병과 음료수병의 유통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아이디어로 호텔과 바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6일(현지시각) 소개했다.
스타트업 에코스피릿츠(EcoSpirits)의 역발상 아이디어는 음료의 포장과 운송 방식을 바꾸는 방식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계는 플라스틱 용기, 알루미늄캔, 유리병을 재활용하는 데 집중해왔지만, 에코스피리츠는 정반대 방식을 쓴다.
일반적으로 술이나 음료는 유리병이나 플라스틱병에 넣은 다음 세계 여러 나라로 운송된다. 하지만 에코스피릿츠은 일단 음료를 대량으로 목적지로 운송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음료를 작은 용기에 담는다. 에코토트(ecoTote)라고 부르는 작고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다. 여기에 음료를 담아서 호텔이나 바처럼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업소로 배달된다. 그러면 소비자는 에코토트에 달린 꼭지를 사용해서 직접 음료를 잔에 따라 마시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병에 따른다. 소비자가 다 마신 에코토트 빈 용기는 리필하기 위해서 공장으로 보내진다.
에코스피릿츠는 에코토트 한 개가 폐기될 때까지 1000개 이상의 빈병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의 연구에 의하면, 에코스피릿츠의 방식은 기존의 유통방식과 비교해서 이산화탄소를 평균 60-9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에코스피릿츠는 자신들의 방식이 2020년에만 2200만톤의 탄소를 줄였으며, 병 한 개당 550그램의 탄소를 줄이고, 칵테일 한 잔마다 탄소 30그램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에코스피릿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압박이다.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늘어나자 명품 주류 브랜드들은 해법을 찾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해법은 대부분 병과 캔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용기를 재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에코스피릿츠의 방식은 캔과 병의 사용 자체를 전면적으로 줄여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식이어서 각광을 받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폴 가비(Paul Gabie) 에코스피릿츠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순환 포장기술로의 전환은 오늘날 양주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라면서, “순환은 우리 산업이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넷제로를 실현하는데 한 역할을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에코스피릿츠는 세계 최대 양주 및 와인 회사 중 하나인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페르노리카는 자사 브랜드인 앱솔루트 보드카, 비프이터 진, 아바나 클럽 럼을 에코토트에 담아 80개의 바, 레스토랑, 호텔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시범 운영한다. 에코스피릿츠는 이 시범운영으로 포장 및 유통의 탄소배출량을 평균 5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에코스피릿츠는 작년 말까지 미국와 영국에서부터 노르웨이, 독일, 베트남,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셀공화국까지 18개 국에서 면허를 받았다. 올해는 필리핀, 네덜란드, 이스라엘, 멕시코 등 12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