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S를 둘러싼 미국 내 찬반론

2022-04-18     홍명표 editor
45억 달러짜리 수소공장을 짓는 에어프로덕츠앤케미칼의 홈페이지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대안으로 강력히 떠오른 탄소포집 및 저장(이하 CCS) 기술을 두고,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즈의 주도인 베턴루지 지역은 ‘미시시피강 화학 회랑(corridor)’이라고 공식적으로 불린다. 대기의 질이 가장 좋지 않은 곳 중 하나이면서, 암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45억 달러(5조5542억원) 규모의 탄소 포집 수소연료 공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그린수소 공장은 다국적 석유화학 기업인 에어프로덕츠앤케미컬(APD)이 건설, 운영할 예정인데, 회사측에서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 발생하는 탄소는 포집해서 안전하게 지하로 집어넣을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부사장인 사이먼 무어(Simon Moore)는 “지구표면 1마일(1.6km) 아래에는 구멍이 많은 지질층이 있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이곳 이외에도 루이지애나, 텍사스, 미네소타, 미시간, 아이오와,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역에 CCS 프로젝트가 제안되거나 이미 제안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미 연방의회가 35억달러(4조3199억원)짜리 CCS 프로젝트를 승인한 이후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CCS 기술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연방 정부 투자라고 불리고 있다. 글로벌 CCS연구소도 이 프로젝트를 “단일규모의 CCS 사업으로는 최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제간협의체)의 최근 보고서에서 "CCS기술이 기후변화의 탈탄소화 및 완화(mitigation)를 위한 해결책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CS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이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고, 태양광과 풍력처럼 탄소 제거에 있어서 효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D.C.의 진보적인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기후정의정책실장인 바사브 센(Basav Sen)은 “탄소포획은 실행가능성도 없고 실현가능하지도 않다”고 혹평하면서, “화석연료 산업을 계속 운영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CCS기술을 폄하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2020년에 조사한 결과, CCS의 상용화를 추진한 39개 프로젝트 중에서 80%이상이 실패했다고 한다.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는 기술적 준비 부족이었다. 

일부 비평가들은 CCS가 "지역사회의 공중보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기존 화석연료 산업시설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지역사회에 해를 가하고 ▲탄소포집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환경 오염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선임연구원이면서 CCS기술의 선구자인 하워드 허조그(Howard Herzog)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다만, 하워드는 탄소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데 위험이 따른다는 점은 인정했다. 

실제로 2020년 미시시피주의 사타티아 마을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던 파이프가 파열돼 40여 명이 치료를 받고 3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그러나 기후 및 에너지 싱크탱크인 그레이트 플레인스 연구소(Great Plains Institute)의 정책매니저인 매트 프라이(Matt Fry)는 "CCS기술이 2050년 이후의 기후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이라고 AP통신에 주장했다. 프라이는 “완벽하게 탈탄소화하고 전기화된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탄소배출을 해결하는 탄소 포집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워드 허조그 역시 CCS기술이 공중보건에 ‘굉장히 작은 위협’을 가한다면서, “약간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화학공장 전체의 규모를 생각하면 CCS기술은 상당히 유익하다”고 했다. 

그러나 CCS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사회의 주민들은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다.

쉐브론, 마이크로소프트, 슐럼버거 뉴 에너지는 협업으로 농업폐기물을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변환시켜서 산소와 혼합, 전기를 만드는 시설을 지으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99% 포집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중앙캘리포니아 환경정의 네트워크의 이사인 나야민 마티네즈(Nayamin Martinez)는 “걱정이 태산 같다”며, 식수 오염 우려를 블룸버그에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