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S 내부고발자 데지레 픽슬러의 경고, “ESG를 부정행위 가리는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
지난 2020년, 독일 최대 규모의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자산운용 자회사 DWS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책임자로 데지레 픽슬러(Desiree Fixler)를 영입했다.
그러던 지난해 8월 갑자기 글로벌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데지레 픽슬러가 해임됐고, 이어 그녀는 DWS 지속 가능성 자산이 과대 포장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그녀의 폭로는 지속가능성 시장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이 된 DWS 지속 가능성 자산
DWS는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전체 운용 중인 자산 9000억 달러(한화 약 1040조 원) 중 절반 이상을 ESG기준에 따라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DWS의 전임 글로벌 지속가능성 책임자였던 데지레 픽슬러(Desiree Fixler)가 DWS의 지속 가능성 자산이 과대 포장되었다고 주장했고, 이후 지난 8월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독일 금융당국이 DWS 그룹의 ESG 투자 자산 과대평가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나섰다.
DWS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DWS 대변인은 “ESG 자산을 정의하는 기준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DWS가 근거로 삼은 기준은 대부분의 경쟁사보다 더 보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 금융 당국은 DWS의 ESG 관련 측정 기준이 잘못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유럽 최대 공개 거래 자산관리사들의 지난해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ESG로 분류된 자산과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ial Discolosure Regulation, SFDR)에 따라 ESG로 정의할 수 있는 자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WS의 경우 2020년 말 ESG로 분류된 자산 총액은 4590억 유로이(한화 약 616조 원)지만 2021년 6월 말, SFDR의 기준에 따라 분류할 경우 자산이 870억 유로(한화 약 116조 8000억 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산운용사 별로 ESG에 대한 정의에 차이가 있고, 조사 자체가 ESG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과 독일 금융 당국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며 DWS가 ESG 관련 항목을 과대포장한 것으로 드러나면 고객에 대한 보상과 함께 벌금을 납부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DWS 폭로 이후, 데지레 픽슬러의 현황
픽슬러는 이달 초,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DWS를 상대로 한 부당 해고 소송에서 패소했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 소송에서 “ESG 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해고되었다”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자신은 여전히 고용주가 없다”고 말했다.
“DWS 논쟁 이후 여러 가지 연설과 사적인 만남에 대한 많은 요구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왜 내부 고발을 했냐고 많이 묻는데, 내 대답은 하나다. 이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Morningstar)에 따르면 ESG 펀드는 지난 2년간 9630억 달러(한화 약 1218조 원)을 벌어들이며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기준 총자산이 2조 7000억 달러 (한화 약 3614조 원)로 2019년보다 약 3배 늘어난 것이다.
ESG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펀드 운용사들이 앞다퉈 공급에 나섰다. 픽슬러의 말에 따르면 DWS의 경우 투자 결정에 ESG 요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과대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여전히 ESG 투자 분야의 기준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녀는 “오늘의 ESG는 의미가 없다. ESG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ESG 펀드라 불리는 일부 펀드는 애플과 같은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픽슬러는 “'전략 펀드'라고 말해야지 '지속 가능한 펀드'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기후와 관련 있는 것처럼 꾸미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그녀는 “엄격한 ESG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ESG는 자칫 부정행위를 감추기 위한 망토로 사용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