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까지 채굴하는 엑손모빌 주가 급상승... 바이오연료 확장 덕?

2022-04-29     홍명표 editor
미국 최대의 화석연료 기업 엑손모빌은 약 19조원을 바이오연료에 투자한다/홈페이지

미 나스닥은 26일(현지시각) ‘엑손모빌 주식, 타이밍이 맞나?’라는 미니 리포트를 게재했다. 지난 10년 동안 S&P500에 뒤쳐져 수많은 장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던 엑손모빌이 2021년 이후 주가가 반등해 1년만에 61%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올해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전년 대비 31% 가량 올랐다. 

미 텍사스에 본사를 둔 엑손모빌은 미 최대 정유사다. 지난해 기준 매장량이 검증된 것만 약 2만528개의 순유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총 기준으로 미국 내 15위 기업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최근 시장에서 엑손모빌은 높은 유가와 함께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인 청정에너지 투자 드라이브 덕분에 올해는 더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나스닥은 봤다. 

 

엑손모빌, "2025년 해조류 바이오연료 하루 1만배럴 생산하겠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엔진넘버원’이라는 신생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반란을 겪으며, 이사진을 3명이나 교체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후 올해초 2050년까지 스코프1, 스코프2 온실가스 배출량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하며 공식 변신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6년간 150억 달러(1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엑손모빌이 바라보는 시장은 탄소포획과 바이오 연료다. 

지난 25일(현지시각), 엑손모빌은 자사 소셜미디어에서 바이오 연료와 에탄올 거래업자를 북미에서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식물, 해조류, 바이오매스 부산물 등과 같은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바이오연료를 만들고, 이를 상업화가 가능한 규모로까지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한 협업 파트너를 대대적으로 모집한다는 것이다. 이 협업 파트너들은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공급자, 고객과 협력해서 생산 과정 전체의 가치사슬 위험을 관리도록 할 계획이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엑손모빌은 이미 2009년부터 바이오연료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2009년부터 생명공학 회사 SGI(Synthetic Genomics)와 협력해 캘리포니아 남부에 인공연못을 만들고 수십억개의 해조류 세포를 키우기 위한 온실을 열었다. 2017년에는 탄소를 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으로 바꾸는 해조류 변종을 개발함으로써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8년에 야외의 인공연못에서 야생 해조류를 양식하기 위한 연구의 넥스트 단계를 시작했으며, 2025년까지 하루 1만배럴의 해조류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옥수수나 식물성 기름 등이 사료를 기반으로 한 1세대 바이오연료라면, 2세대 연료는 비식품사료를 기반으로 한 폐식용유, 동물성지방, 목재 부산물, 농작물 잔류물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다. 

이러한 바이오연료는 항공, 해운, 트럭운송 등 탈탄소화가 특히 어려운 분야에서 중요한 재생연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뿐 아니라 바이오연료를 혼합해 차량의 탄소 배출 강도를 낮추기도 한다. 바이오 연료는 ‘탄소 네거티브(내뿜은 탄소보다 더 거둬들인)’ 연료, 윤활유, 심지어 수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명 ‘BECCS(탄소 포획과 저장이 가능한 바이오 에너지)’라고 불린다. 

바이오연료 확장을 위해 엑손모빌은 올해 노르웨이의 바이오연료 기업인 바이오제트(Biojet AS)의 지분 49.9%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에는 싱가포르민간항공청(CAAS)와 싱가포르항공(SIA)는 싱가포르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지원을 받아 엑손모빌의 혼합형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구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세계 최대 바이오디젤기업인 핀란드의 네스테가 폐식용유와 폐동물성지방을 이용해 생산되며 싱가포르의 엑손모빌 공장에서 정제된 제트연료와 합합, 125만리터의 ‘지속가능항공연료(SAF)’로 탄생하게 된다. 

 

엑손모빌은 왜 비트코인을 채굴하나

한편, 엑손모빌은 온실가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노스타코다 주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고 CNBC가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엑손모빌은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Crusoe Energy Systems)과 함께 1년 넘게 비트코인을 채굴해왔다고 한다. 크로소의 기술은 정유사들이 낭비되는 에너지, 즉 플레어 가스(flare gas)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데 특화돼있다. 수천개의 비트코인 채굴기로 가득찬 운송용 컨테이너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CNBC는 “크루소와 함께 추진하는 채굴 프로젝트를 갖춘 ‘플레어링(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가스와 증기를 태워 처리하는 것)’을 할 경우, 기존 플레어링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63% 가량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의 플레어링에 비트코인 채굴이 연계되는 이유는 바로 ‘남는 가스’ 때문이다. 가스 송유관 파이프가 꽉 차있을 경우 과잉 가스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태우는 대신, 이 남는 가스를 전기로 변환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낭비도 막고 메탄 방출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하는 크루소는 테슬라의 최대 투자자 중 한곳인 발레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도 투자를 했다고 한다. 컬리 캐빈스(Cully Cavness) 대표는 “이는 에너지 낭비에 대한 수요를 이끌어내고 비트코인의 에너지 문제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CNBC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