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메탄가스 잡는 마스크 선보인 영국 스타트업 '젤프(ZELP)'...찰스 왕세자 심사서 우승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 부문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특히 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5%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이다.
젤프(ZELP)는 축산업으로 인한 메탄 배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소가 착용하는 웨어러블 형태의 메탄 저감 장치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전 애플 디자이너인 조니 아이브(Jony Ive)와 찰스 왕세자가 심사한 제 1회 테라 카르타 디자인 연구소 대회(Terra Carta Design Lab Award)의 우승 프로젝트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소가 쓰는 마스크는 무엇?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은 풀과 건초 같은 단단한 섬유질을 분해하기 위해 미생물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약 3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한다. 지구상에 10억 마리의 소가 있기 때문에 가축으로 인한 메탄 발생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소들은 대부분 코를 통해 메탄을 배출하고 나머지 95%는 트림으로 나온다. 젤프의 공동 설립자 프란시스코 노리스(Francisco Norris)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소에게 마스크를 씌워 메탄을 흡수하는 것이다.
젤프의 웨어러블 기기는 소의 목에 거는 마스크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기기는 고무와 같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무게는 100 g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스크는 소의 콧구멍 바로 위에 놓이는 구조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태양광 충전 배터리로 구동된다. 소의 트림을 빨아들이고 메탄 흡수 필터를 통해 장치에 가둔 뒤 가스를 산화시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바꿔 배출하는 형태다. 노리스는 이 기술이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첨가물이 함유된 사료를 먹지 않는 소들에게 특히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젤프는 이 마스크를 통해 소의 일일 메탄 배출량을 약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리스는 “이 마스크를 테스트했으며 디자인 확정 후 2023년에 상업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초기에는 유럽을 기반으로 가입자가 소 한 마리당 연회비를 내는 서비스로 마스크를 제공할 계획”이라도 밝혔다.
글로벌 농업 기업, 카길과도 협업
젤프는 글로벌 농업 기업인 카길(Cargill)과 협력하고 있다. 카길은 젤프의 이 기술이 데이터 수집과 함께 메탄을 감소하게 해 낙농업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동물 복지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카길의 서유럽 전략마케팅 및 기술책임자인 샌더 반 지더벨트(sander van zijderveld)는 “카길이 현재 기술을 더욱 개선하고 농장에 대한 환경 영향 및 동물 복지에 대한 주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베타 제품을 동물에게 씌워 테스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수행한 실험을 통해 50% 이상의 메탄 감소 효율을 확인했다. 다음 단계로 젤프와 함께 외부 유명 연구 기관, 대학 등과 협력해 추가 시험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상용화를 위해 관련 연구 필요하다고 조언
노리스는 내년에 젤프가 상업적으로 판매되기 전에 제품의 양을 늘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코넬대학 동물학 교수인 마이클 반 암부르크(Michael Van Amburgh)는 "젤프의 배출량 감소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영국의 가축 지속가능성 컨설턴트인 주드 캐퍼(Jude Capper)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탄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소매업체와 가공업체 모두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다루어야 할 문제라는 것은 모든 농부들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부들은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젤프는 몇몇 미국의 육류 가공 업체들과 함께 이 제품을 농장에 배치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 이어 “농부는 제품의 소매가격에 프리미엄을 추가함으로써 웨어러블 기기의 구매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리스는 "축산업으로 인한 메탄가스 배출 문제는 급진적인 해결책 없이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어떤 소비자들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고, 어떤 소비자들은 소고기를 덜 먹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기후 영향이 현저하게 낮은 소고기와 유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