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는 어떻게 그린워싱 예비판정을 받게 됐나

2022-05-02     홍명표 editor
이번에 HSBC의 광고에 대해 예비판정을 한 ASA의 홈페이지

영국의 광고 감시당국이 "HSBC가 기후관련 광고에서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경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문제가 된 HSBC의 광고는 2021년 10월 영국의 브리스톨과 런던의 버스정류장에 있었던 광고 두 건이다. 이 포스터를 보고 영국광고표준위원회(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 이하 ASA)에 들어온 민원만 45건이나 됐다. 

두 개의 포스터 중 하나는 'HSBC은행이 고객들이 넷제로로 전환하도록 1조 달러(1200조원)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과 또 하나는 '125만 톤의 탄소를 가두기 위해 나무 200만 그루를 심겠다'고 약속한 내용이다. 

하지만 ASA측은 "HSBC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회사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략하면서, 자사의 녹색 이니셔티브만을 선별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고객들을 현혹했다"고 판단했다.

즉, 두 광고의 효과가 HSBC가 전반적으로 환경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해서, 사람들이 은행계좌를 개설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개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SA는 또 "소비자들에게 이런 광고를 함으로써 HSBC가 온실가스 배출기업에 자금조달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상상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이런 사실은 HSBC가 기업의 넷제로 전환을 돕는다는 광고와 직접적으로 충돌한다"고 예비 판정했다. 

이러한 예비판정의 증거로 ASA는 HSBC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했다. HSBC가 현재 자금을 지원하는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의 탄소 배출량은 1년에 3580만톤 가까이 된다. 또한, ASA는 HSBC가 2040년까지 탄광에 자금조달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따라, ASA는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에 HSBC 은행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광고에서 생략하지 말 것을 요청할 수 있다. ASA는 지난해 9월 2022년부터 기업 광고의 그린 워싱 규정에 대해 강력 단속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영국 HSBC는 답변서에서 "HSBC는 2020년 1월 1일 이후 전 세계적으로 1267억 달러(160조원)을 지속가능한 금융 및 투자를 제공해왔고 은행이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수행했다"고 항변했다.

ASA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적절한 과정을 밟아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최종 결정이 미정이어서 예비판정은 뒤집힐 수도 있다. 이번 판정은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받는 그린워싱 규정이이서 다른 금융서비스업의 마케팅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이번 예비판정은 "투자은행들이 실제로는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면서 겉으로는 기후 변화와 싸우고 있다고 포장하는 그린워싱이 소비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ASA란?

영국광고표준위원회로서 영국의 광고산업의 자율 규제기관이다. ASA는 비법정 조직이므로 법률을 해석하거나 시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고 관행 또는 많은 경우 법률을 광범위하게 반영한다. CAP(Committees of Advertising Practice)라는 광고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홈페이지(https://www.asa.org.uk/)에서 광고에 대한 교육과 이벤트도 진행하고 소비자들로부터 민원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