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세계 GDP 4.5% 감소할 수도... 국내 GDP 70% 기후위기에 노출
S&P 글로벌은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전 세계 GDP 4.5%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보다 동남아시아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네이처에는 기후위기로 인수공통감염병 4000여종이 새롭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논문도 투고됐다.
S&P 글로벌은 ‘물리적 기후 위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국가의 취약성(Assessing Countries’ Vulnerability To Economic Losses From Physical Climate Risks)’ 보고서에서 135개국을 대상으로 해수면 상승과 정기적인 폭염, 가뭄, 폭풍의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후 경로에 따라 2050년까지 세계 GDP는 최대 4.5%, 최소 3.3%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경로 RCP2.6(파리협정)에 따르면 3.3% 감소, RCP4.5(현재 정책)에 따르면 4% 감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4.5% 감소될 것으로 추측된다. 또 소득 중하위 국가는 부유한 국가보다 평균 3.6배 더 큰 GDP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위험에 가장 취약한 권역은 남아시아다.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는 산불, 홍수, 폭풍, 물 부족에 노출돼 GDP의 10~18%를 잃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아메리카의 약 3배, 기후위기에 가장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인 유럽보다 10배 더 많은 수준이다. 미국과 EU의 손실액은 각각 0.6%, 0.1%에 그쳤다.
중앙아시아,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남아시아 다음으로 물리적 위험에 취약했다. 폭염과 가뭄에 대한 노출도가 높으면서다.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가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리적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폭염과 가뭄보다는 폭풍과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베르트 시폰 아레발로 S&P 정부 신용 분석가는 “기후위기는 차등적으로 적용된다”며 “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재정적 능력이 부족한 국가의 경우 경제적 손실이 더 크고, 더 지속적일 가능성이 있다. 피해가 특히 극심한 지역에 국제적인 지원으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적도 근처나 작은 섬 주변 국가는 물리적 위험에 더 위험하며, 농업 부문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는 서비스 분야가 큰 국가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한국의 준비성 평가 결과는 2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135개국 중 1등급을 받은 나라는 호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영국, 캐나다, 미국 19개국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1등급이 많았다.
한국이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은 태풍과 해수면 상승 노출 정도가 높았다. 국내 GDP의 70%는 물리적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96%)이나 대만(100%)보단 낮지만, 미국(44%)이나 중국(25%)보단 높은 수치다. 물 스트레스 위험에 처한 농경지 기준 GDP 노출은 0%지만, 물 부족· 홍수 등 물 재해에 노출된 농경지는 28%였다. 기후위기에 노출된 인구는 40%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노출과 비용은 이미 증가하고 있다. 보험회사 스위스 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폭풍, 산불, 홍수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GDP의 약 0.3%의 손실을 가져왔다.
세계기상기구(WMO)도 평균적으로 지난 50년간 세계 어딘가에서 매일 기상, 기후, 물 관련 재난이 발생해 하루 115명이 사망하고 2억200만달러(2550억원)가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P는 카리브해 제도 등 일부 국가는 허리케인과 같은 극심한 날씨로 인해 이미 신용등급 강등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국가 신용등급에 기후위기를 바로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이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방법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신용등급에 기후위기 대응 정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있다. 지난해 케임브리지 대학,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등 연합인 SOAS 연구자들은 2030년까지 기후위기로 60개 이상의 국가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한 물리적 위험에 고도로 노출된 국가의 경우 향후 10년 간 하나의 신용 점수를 갖고, 앞으로 문제가 심각할 가능성이 있는 추가 신용 점수를 갖게 되는 등급의 슬라이딩 스케일(Sliding scale), 즉 실적 연동형 신용등급을 제안했다. 물리적 위험에 고도로 노출된 국가의 경우 향후 10년 정도 대응 정도를 감안한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이와 더불어 최악의 가능성을 상정한 신용등급을 하나 더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따뜻해지는 날씨로 제2, 제3의 코로나 나타날 수 있어
한편 네이처지에는 2070년까지 지구가 뜨거워지면 동물과 인간 사이에 적어도 4000여개 바이러스가 유발될 수 있다는 논문이 투고돼 동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 칼슨·그레고리 알베리 조지타운 대학교 생명학 교수 등의 ‘기후 변화로 인해 이종 간 바이러스 전염 위험 증가(Climate change increases cross-species viral transmission risk)’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동물들의 강제 이주를 유발시켜 지금껏 접촉하지 않았던 종들을 접촉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논문은 코로나19의 발병 경로를 규정하기도 했다. SARS-CoV-2 바이러스가 남아시아 말발굽 박쥐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이다. 박쥐는 날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박쥐로 인해 새로운 종들간의 첫 만남이 90%는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 이종 간 접촉이 처음 어디에서 이뤄질지 예측했다. 모델링 결과 대부분의 만남은 동남아에서 이뤄질 것으로 나타났다. 사헬, 에티오피아 고원, 아프리카의 리프트 밸리 뿐 아니라 인간이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인구 중심지와 겹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 유럽 인구의 중심지도 후보지에 올랐다.
공동연구자인 그레고리 알베리 박사는 “포유류 간 4000여 종의 바이러스가 추가로 전파된다고 해서 4000여 종의 잠재적인 코로나19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 각 개체는 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후 인간 개체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알베리 박사는 “2009년 H1N1 인플루엔자, 2019년 초 SARS CoV-2, 오미크론 BA1과 BA2 변종이 조기에 발견됐지만 병원균이 세계적으로 전파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면서 “감시와 예측과 같은 대비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