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아이스크림 냉동고 온도 높인다...스코프3 감축 실험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 공시 의무화를 발표했을 때 기업들이 가장 곤란하게 생각한 지점은 스코프3(Scope3) 배출이었다. 스코프3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기업이 컨트롤하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니레버가 스코프3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환경전문지 그린비즈와 CNBC 등 현지 언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냉동고의 온도를 기존 영하 18도에서 영하 12도로 낮추어도 아이스크림의 맛이 변하지 않고 판매가 가능한 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아이스크림 냉동고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유니레버는 냉동고를 가동할 때의 에너지 성능 및 아이스크림 제품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그린비즈에 밝혔다.
유니레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냉동고 온도에 대한 산업기준은 섭씨 영하 18도(화씨 0도)에 있다. 유니레버를 이를 6도 가량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유니레버는 새로운 온도에서 에너지 사용량 및 아이스크림의 '성능(product performance)'을 모두 평가할 계획이다.
실험이 성공하면 유니레버는 세계 각국으로 적용범위를 넓힐 예정이며 이산화탄소 감축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 탄소배출이 많은 지역에서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유니레버측은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소매점의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레버는 2030년까지 자사 운영과 에너지 사용 면에서 넷제로를 실천할 계획이며, 2039년까지 스코프3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체에 걸쳐 넷제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자사 운영과 전기에너지 구입 등의 온실가스 배출인 스코프 1, 스코프 2 배출량은 71만740톤 가량이다. 반면, 스코프 3 배출량은 6100만7131톤에 달한다.
맷 클로스(Matt Close) 유니레버 아이스크림 사업부 대표는 "실험이 아이스크림의 품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명되면 다른 아이스크림 생산업체들도 유니레버를 따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