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 KKR, ESG 크레딧 펀드 만든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KKR이 지속가능한 투자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크레딧 펀드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모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딧 펀드란 회사 지분이 아니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중위험 중수익의 메자닌 투자에 힘을 싣거나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목표를 달성한 월등히 우수한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금융과 차입금융을 포함한 자본구조 전반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계획은 초기 단계지만 포트폴리오 내 기업이 탈탄소화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후 관련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KR의 대변인은 언급을 피했다.
이런 움직임은 대체 자산 관리자가 ESG 투자에 광범위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ESG를 중심에 둔 중견기업 지분 투자에 초점을 맞춘 KKR의 글로벌 임팩트 펀드는 2020년 13억 달러(1조6000억원)를 모으기도 했다.
KKR은 지난해 지속가능팀을 3배로 늘리고 지속가능성 자문위원회를 구축하기도 했다. 투자팀과 협력해 자산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전략과 지표를 구현하는 팀은 4개에서 12개로 증가했다.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2'에 참여한 조셉 배 CEO는 빅스텝 시기에 주목할 투자 상품으로 ▲ESG를 준수하는 기업 ▲온라인 민주화를 이끄는 서비스 ▲폐쇄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꼽기도 했다.
블랙스톤 등 다른 펀드매니저들도 ESG 고려사항을 투자 전략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ESG가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데 부분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KKR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주목하는 기업이 미국 기업의 하이일드(고수익 고위험) 및 레버리지 대출 시장에서 월등히 앞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KKR의 이런 시각은 최근의 시장세와 반대되는 해석이라 더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신용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채권에 대한 매도세가 특히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속가능 채권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만기가 길어 변동성이 큰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미국에서 금리가 인상되면서 일반 채권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다.
KKR에 따르면 은행 대출 및 하이일드 시장에서 ESG를 잘하고 있는 기업들은 낮은 크레딧 스프레드로, 보상까지 받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석탄, 오일샌드, 사설 교도소,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오피오이드 등에 노출된 ESG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에 비해선 상당한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은 이미 정크 시장에서 크레딧 스펙트럼이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KKR이 1년간 1085개 이상 채권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ESG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은 평균 시장보다 약 350bp 더 넓게 거래된다고 알려졌다.
KKR은 업계가 진화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정크마켓에선 ESG 프리미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신용평가사의 ESG 등급이 확산되면서 ESG 공시와 자금이 확산됐던 것처럼 크레딧 영역에서도 점차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