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보험사 손실 3.6배 증가…캡제미니 보고서
지난 3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이 250% 증가한 가운데,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산불과 폭풍 등으로 손실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와 금융혁신 관련 비영리단체 에프마(Efma)가 27개국 270명 보험사 임원과 16개국 4900명 보험사 고객 대상의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분석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험사가 기후 복원력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How Insurers can lead climate change resiliency)'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전 세계 어떤 지역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측면에서 시작된다. 2021년 170년만에 미국에 불어 닥친 초강력 태풍으로 600억 달러(76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홍수로 90억 달러(11조원) 이상의 보험 손실이, 호주는 산불로 6300만달러(798억원), 중국은 기후변화로 20억 달러(2조500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사의 손실이 3.6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수, 폭풍, 산불 등의 중소규모의 손실을 발생시키는 2차 위험(Secondary perils) 보험 손실의 경우 지난 10년 간 두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1차 위험(Primary perils)에 따른 보험 손실보다 발생 빈도나 범위가 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에서 정의하는 1차 위험이란 보험 손실 가능성이 가장 높고 모니터링이 잘 진행되는 지진과 열대성 저기압 등에 따른 손실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같은 손실은 기후변화 정도의 심화로 더 커질 전망이다. 2015년 유엔(UN) 분석에 따르면, 현재처럼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 성장이 계속될 경우 2100년에는 지구온도가 2.4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2050년 무렵에는 4억1000만명의 해안가 거주자가 자연재해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으며, 글로벌 경제 생산량은 11~14% 감소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 발생이 빈번해지고, 전망 또한 부정적임에 따라 보험 계약자들의 관심사도 기후변화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4900명의 보험사 계약자에게 ‘가장 우려되는 사항과 관심사가 무엇인지?’ 질문한 결과, 84%는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73%는 기후변화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64%가 실업, 46%가 부패, 33%가 영양실조가 꼽혔다.
보고서는 ‘지난 2년동안 전세계가 고통받아온 코로나19 팬데믹 다음으로 ‘기후변화’가 보험계약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며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을 위한 보험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 또한 가장 큰 관심사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설문에 참여한 보험사 임원의 44%는 기후변화가 사이버 위협에 버금 하는 최대 위험 요소로 평가했으며, 그 다음으로 금융 및 기술 위협이 꼽혔다.
특히, 임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보험사가 직면한 우려사항으로 ‘보험가능성(insurability issues)’, ‘수익성 압박(pressure on profitability)’, ‘규제 간접비(regulatory overhead)’를 꼽았다. 74%의 임원은 기후변화 리스크가 확대 및 이동하면서 보험을 담보할 수 있는 시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가능성’ 이슈를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72%가 수익성을 꼽았다. 기후변화로 손실이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손실 비율이 악화되고 자본 흐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54%는 기후변화 공시 및 기후 리스크 노출 평가 및 시나리오 분석 등이 규제화됨에 따라 간접비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보험사들이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는지도 평가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35개 보험사 연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등을 다룬 지속가능성 주제가 2015년 대비 2020년에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5%의 보험사가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해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 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자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후 복원력 측면에서 보험사 대응과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후 복원력이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교란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적 능력을 뜻한다.
기후 복원력을 높여 손실과 그에 따른 우려사항을 대응하기 위해선, 보험사들의 현재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기후 복원력 프레임워크(Climate Resiliency Framework)를 제시한다.
제시된 프레임워크의 첫 단계는 보험사들이 현재의 기후 위험 평가와 관련 데이터 확보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세분화된 데이터와 그에 따른 통찰력(Insight)을 토대로, 보험 계약자의 행동변화를 감지하고 보험 청구 대응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기후 위험 평가를 반영하여, 보험사의 지속가능한 투자 및 인수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보험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을 대응하기 위해선 민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혁신적인 업체 등과 협력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래 주소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worldinsurancereport.com/propertyandcasual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