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0조원 녹색 국채 발행해 탄소중립 달성"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약 20조엔(약 237조원) 규모의 녹색 전환 채권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가칭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전환) 경제 이행채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이번 계획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일본이 타격을 받으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19일 일본의 청정에너지 전략을 논의하는 전문가 간담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본을 둘러싼 에너지 안보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했다"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탄소중립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민관합작과 공공투자를 합쳐 최소 150조엔(1400조원)이 필요하다”며 “그 중 20조엔(198조원)은 녹색 전환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녹색 전환 채권은 탄소 배출에 값을 매기는 배출권 거래제를 결정한 후 배출한도 거래나 탄소세에 의한 수입이 들어갈 때까지 이 시장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빠르면 2023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해 당해 연도 발행을 목표로 한다.
녹색전환 채권은 독일이나 유럽에서 발행하고 있는 녹색 국채를 참고해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간담회에서 녹색 국채에 대해 “현 시점에서 즉시 발행하는 것을 생각하진 않지만, 해외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규제, 시장설계, 정부지원, 금융구조, 인프라 정비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그린 트랜지션 투자를 위한 10년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본예산, 추경을 매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여 탄소 사회 전환을 위해 장기적으로 거액을 투자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올여름 정부에 ‘GX 실행회의체’를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발행금액을 포함한 녹색 전환채권의 세부 내용은 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에너지 절약법 등의 규제를 만들고, 수소·암모니아 등 새로운 에너지나 탄소중립 전원 도입 확대를 위해서 상세하게 확정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녹색 전환에 노력하는 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트랜지션 파이낸스’도 예시로 밝혔다.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을 위해 배출권 거래제 도입도 확정했다. 일명 ‘GX리그’라고 불리는 배출권 거래제를 구축하기 위해 9월부터 도쿄 증권거래소는 GX리그에 참가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을 거래하는 실증 실험을 시작할 전망이다.
전력을 수급에 따라 효율적으로 보내는 스마트 그리드는 민관 합동 투자로 진행한다. 에너지 절약 주택이나 전기 자동차 도입도 확대한다. 기시다 총리는 ”기후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의 핵심 이슈“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산업성은 10년에 걸쳐 탈탄소화에 1조2000억달러(약 1400조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주 전문가 패널과 논의에서 “탄소중립에 빠르게 대응하면 할수록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거대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며 녹색 전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목표로 하는 일본은 2030년부터 연간 17조엔(약 165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예측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5조~6조엔(49조~59조원) 정도인 현재 투자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액수를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탄소중립 목표에는 재생에너지, 수소 및 암모니아와 같은 청정 연료, 충전식 배터리,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및 전기 자동차 확대 등이 포함된다.
항목별로는 전력 생산 수단과 연료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데만 5조엔(약 49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데는 2조엔(약 19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친환경 인프라를 새로 까는 데도 4조엔(약 39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생산거점 유치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디지털 전략에 3조엔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발전이 집중적으로 설치되는 홋카이도와 규슈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 지역으로 보낼 수 있도록 송전선을 보강하는 데도 5000억엔(약 4조원)이 들 것으로 집계됐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혔다. 인프라를 갖추는 데만 30년간 2조2500억엔(약 22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기다 장관은 “정부가 연구 개발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 대해서도 전례 없는 규모로 지원책을 내놓아야 민간도 탄소중립 경제 전환에 대한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