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ㆍ리바이스 등이 순환경제 실패에서 배운 점
기업의 지속가능성 여정에 성공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공유 컨퍼런스에는 항상 성공사례만 등장한다.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기란 좀체 어렵다.
지난 23일(현지시각) 개최된 '순환경제 컨퍼런스(Circularity 22)'는 그런 면에 귀한 자리다. 로레알, 리바이스, B2B 가구 공급업체인 휴먼스케일의 지속가능성 책임자들이 자사의 실패사례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로레알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을 100% 재사용 및 재활용하고,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을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소재에서 추출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로레알은 다른 제조업체와 협력해 종이 튜브형 화장품 용기와 식물성 섬유로 만든 종이 병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효소 재료를 기반으로 재활용이 무제한 가능한 페트병을 개발했으며, 2025년 대표 스킨케어 브랜드 비오템의 포장재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술은 투명, 불투명, 착색 등 모든 종류의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를 분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다.

로레알 북미지사의 최고 지속가능경영 책임자인 마리사 맥고완(Marissa McGowan)은 “우리는 제품 브랜드, 색상, 상징 등을 유지하면서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활용을 위한 수집 과정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자 도전과제”라고 설명했다.
사실 로레알은 그동안 다른 여느 기업처럼 플라스틱 재활용에 주목해왔다. 친환경 측면에서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포장지에 사용할 경우 지속가능하다고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정부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다시 '병' 재활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맥고완 책임자는 "식품에 사용가능한 수준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병을 재활용하기 위한 자사의 노력을 토대로 병 재활용에 재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순환경제 제품과 프로그램 실패 원인은? 제품특성, 내구성 등 고려해야
의류제조업체 리바이스는 지난해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20%와 면을 혼합해 트럭 운전사 청 재킷과 일반 청바지를 출시했다. 지난 1월에는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통해 리바이스 중고 청바지의 데님을 분해해 새로운 소재의 직물로 전환했다. 섬유를 직접 분해하지 않아도 새로운 원단을 만들어 자유롭게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리바이스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제프리 호그(Jeffrey Hogue)는 "재활용 소재로 만든 청재킷을 3만 개 이상 제작했고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지만 우리는 심각한 지속가능성 오류를 범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면-폴리에스테르 혼합물로 만든 의류를 대량 생산하면, 재활용은 물론 직물을 분리하기 어려워 제품을 사용하면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리바이스는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면화를 40% 사용한 순환 가능한 청바지로 대체했다.
그는 “순환경제 이론에 기반한 디자인 제품과 소비자들의 행동 결과 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며 환경 영향력을 고려하고 제품의 순환경제 설계를 반영해야 하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휴먼스케일, 가구수거 프로그램 막상 시작해보니
휴먼 스케일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제인 에버네시(Jane Abernethy)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공유했다. 소비자의 의도와 실제 행동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과 영업점들에서 가구를 수거(takeback)하는 프로그램을 하지 않느냐는 문의를 계속 받아서,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일어난 일은 매우 달랐으며, 회사에 가구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거 프로그램을 교육하기도 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문의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휴먼 스케일은 수백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휴먼 스케일의 가구 공장은 유해하지 않은 폐기물의 90% 이상을 직접 재활용하기도 했다. 폐기물 수거는 기업의 핵심적인 환경 프로그램 중 하나였으며, 직원과 공급업체와 달리 고객사를 위한 수거 프로그램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제인 책임자는 실패 원인에 대해 "우리의 의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B2B 모델과 내구성 제품 고유의 특이점에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들이 가구를 구매할 때 수거 프로그램을 안내하지만 가구를 사용하는 기간이 청바지나 화장품에 비해 훨씬 길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사가 가구를 폐기하는 시점에는 사업 전체를 접을 수도 있어 가구 수거가 실제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휴먼 스케일은 이후 가구를 직접 수거하기도 하고 사무실 개조나 철거 과정에서 모든 자재를 처리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그는 "가구와 같은 내구용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과 제품 상태도 많이 변화하기 때문에 고려할 사항이 정말 많다"며 "실패는 목표 달성을 지연하는 것 뿐이지, 완전한 패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