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플라스틱 넷제로 실현하려면? 탄소포획 등 대규모 투자해야
플라스틱 제조 공정은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 플라스틱의 주 원료인 석유화학은 전 세계 배출량의 최대 2%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 산업의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 원료와 제조과정 모두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탈탄소화는 시멘트나 철강의 탈탄소화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무배출 기술과 설비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2050년까지 플라스틱 넷제로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50년까지 넷제로 플라스틱 가능, 7590억 달러 소요
청정 에너지 연구기관 블룸버그 NE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플라스틱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 포획ㆍ저장 등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블룸버그 NEF는 "플라스틱 생산 시, 천연가스를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크래커(cracker)' 공장을 전기로 운용하고, 탄소 포획ㆍ저장 시설, 바이오 연료 전환 및 연구 개발 등에 약 7590억 달러(959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탈탄소 석유화학: 순 제로 경로'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총 플라스틱 생산량이 향후 연간 3% 증가할 것이지만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2050 플라스틱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블룸버그 NEF의 지속 가능한 재료 책임자인 줄리아 애트우드는 "이미 생산자들은 정유사 및 폐기물 관리 업체들과 협력하여 순환경제 및 저탄소 원료 공급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제품,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7590억 달러가 큰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았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탈탄소화에 필요한 비용인 172조달러(20경 4500조원)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플라스틱 생산 규모를 줄이지 않는 회사들을 고려할 때, 전 세계 탄소 감축량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톤당 250달러(31만원)의 보조금이나 탄소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 플라스틱 넷제로를 위한 가장 저렴한 옵션은 CCS(탄소포집 및 저장)으로, 현 플라스틱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할 수 있다. 또 기존에 이용되는 스팀 크래커 대비 비용 경쟁력이 있는 유일한 넷제로 생산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기 '크래커'인데, 이를 통해 35% 감축을 이뤄낼 수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현재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넷제로 방법인 바이오 플라스틱은 높은 비용과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부족으로 인해 2050년까지 시장의 2.5%만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 공급망은 정유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성분 공급은 대부분 정유사의 원유 정제 부산물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넷제로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 자동차 운송 연료(휘발유, 경유 등)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후 전기차로 인해 수요 감소가 시작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그린 메탄올 공급 원료를 사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며 "이는 많은 화학물질의 가격을 3배로 올릴 수 있는 상당히 값비싼 경로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NEF의 지속 가능한 재료 분석가이자 보고서 주 작성자인 일한 사버트는 "석유화학 산업이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투자가 시작됐어야 한다"며 "앞으로의 투자는 (탄소 배출로 인한) 장기 비용을 관리하고 2035년 이후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C, 2030년까지 플라스틱 넷제로 실현하겠다
한편, 국내에서는 플라스틱 넷제로를 실현하겠다는 기업이 등장했다. SKC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시점보다 10년 앞선 2040년까지 온실가스 넷제로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넷제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C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비즈니스 및 경영활동과 연계된 플라스틱을 감축하고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했으며, 플라스틱 생산, 사용, 배출 및 처리 등 생산 전반 과정에서 SKC 생산 제품 및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해 재활용 및 소각되는 폐플라스틱 절대량을 줄이고, 페트 필름 제조에 사용하는 칩을 재생 칩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포장재 등에 재활용된 폐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고,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나아가 SKC는 석유화학 산업 내 플라스틱 넷제로 생태계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참여해 생분해 신소재 생태계를 확장하고, 해외 기술 보유업체와 폐플라스틱 자원화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2019년 7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연합 AEPW에 가입해 폐플라스틱 해결방안을 전 세계 기업과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기존 사업장의 공정 효율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통해 RE100(Renewable Energy 100) 완전 이행에 나섰다.
SKC는 지속가능보고서에 "앞으로 우리는 PLA, PBAT 등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하여 폐플라스틱 양을 줄이고, 폐플라스틱은 순환 기술을 통해 자원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