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의 '위헌' 판결...줄잇는 소송으로 기업 다양성 정책 역풍 우려

2022-05-27     송선우 editor

국제적으로 다양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G) 측면에서 성별과 인종 등 다양성을 고려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의 유럽 9개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州)는 이사회의 최소 여성비율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적용하기도 했다. 국내 또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규모의 기업은 이사회에 최소 여성 이사 1명을 의무로 참여시켜야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으로 반ESG에 대한 움직임이 커지면서,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를 비롯한 다양성 정책과 소수집단 우대(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역차별 논란 또한 커지고 있다.



 소수 집단 우대 보다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

기계적 다양성 의무화는 옳지 못해"

캘리포니아 여성 이사 의무화 법안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주디셜 워치/ Judicial Watch

소수 집단 우대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은 다양성 의무화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능력과 자격을 갖춘 개인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유명 보수논객 벤 샤피로(Ben Shapiro)는"성별과 인종 등의 특성으로 개인을 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성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차별을 유발하는 행위"라며 "기업들이 수억 달러를 들여 다양성 프로그램을 의무화하는 것은 오히려 강압과 침묵을 불러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다양성 관련 법안의 철폐를 도모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비영리 사법감시단체 주디셜 워치(Judicial Watch)는 캘리포니아 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 이사 할당제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제도는 미국 헌법 내 '모두가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활용해 차별적인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13일, LA 고등법원은 "기업들의 이사진에 남성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사 임명 과정에서 여성이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단순히 이사진의 성비 차이로 인해 여성이사 의무화 제도를 기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위헌적이다"라고 주디셜 워치 측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법원은 주 정부가 여성 기업인 네트워킹 부족, 경력 단절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여성 이사 참여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기업의 이사 선임과정 개선 등 성중립적 대안 또한 고려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주디셜 워치는 지난 4월 소수집단(소수인종, 성소수자 등) 이사 선임 의무화에 대한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것에 이어, 여성 이사 선임 의무화에 대한 위헌 재판에서도 승소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유사한 법안을 시행 중인 다른 주에서도 소송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기업 다양성 정책으로 인해 피해 받았다... 소송 줄이어

미국의 노반트 헬스는 다양성 정책으로 인한 기존임원 계약해지로 1000만달러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WCNC

미국에서는 기업의 다양성 정책에 반하는 법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6월,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의 미국 지사에서 근무한 사내 변호사 살 카피티(Sal Kafiti)가 다양성 의무화 정책으로 인해 승진이 누락되었다며, 미국 지사 및 본사를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렉트로룩스는 미국 내에서 다양성 이슈가 부각되자, 자사 부서장급의 여성 비율을 35% 이상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카피티는 해당 정책으로 인해 사내 진급평가위원회에서 차별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진급이 누락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작년 10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의료센터 노반트 헬스(Novant Health)가 "다양성 정책으로 인해 임원 계약이 해지된 직원에게 10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노반트 헬스는 사내 다양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간에 과도하게 여성 임원 비율을 높였으며, 그 과정에서 남성 임원의 성과를 과소평가하거나, 다수의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 로펌 펠프스 던바(Phelps Dunbar)의 파트너 리드 러셀(Reed Russel)은 "기업들이 다양성을 도모하는 행동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다양성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법적 책임과 소송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