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총기업체에 인권 보고서 요구…미 총기규제 분위기 변화

2022-06-02     유미지 editor
총기 안전 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가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에브리타운

투자자들이 총기 제조업체 '스텀 루거(Sturm Ruger & Co)'에 인권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총기 규제 문제는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별다른 해결책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발생한 버펄로의 슈퍼 총기 난사사건과 텍사스주 유발데 초등학교 난사사건으로 인해 미국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총기 기업인 스텀 루거에게 인권영향 보고서를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에 찬성했다./ 스텀 루거

 

스텀 루거 주주, 인권영향 보고서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 찬성

지난 1일(현지시간), 총기 제조업체 스텀 루거의 경영진은 주주의 과반수가 인권 영향 보고서를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텍사스 주 우발데에서 10대 총기 난사범이 19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를 살해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며 총기 규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주주 결의안을 제안한 비영리 재단인 ‘로마 카톨릭 보건 시스템’은 "총기의 고유한 치사율은 모든 총기 제조업체를 인권 위험 증가에 노출시킨다"라며 “회사에 제품 오용을 설명할 충분한 정책이나 관행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텀 루거가 총기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발표한 2019년 보고서를 놓고 "총기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투표 후 스턴 루거의 CEO인 크리스토퍼 킬로이(Christopher Killoy)는 “이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것이며 회사는 며칠 안에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 결의안에 반대해온 스텀 루거 CEO

킬로이 CEO는 이 결의안의 지지자들에 대해 '총기 반대 운동가'라고 지칭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결의안 찬성 결과에 대해 그는 "많은 주주들이 우리와 대화조차 거부하고, 기관 주주들의 지지와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지침을 맹목적으로 따랐다”라고 말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스텀 루거 투자자들에게 결의안에 투표할 것을 권고했다.

주주 중 하나이자 시카고에 본부를 둔 커먼스피릿 헬스(CommonSpirit Health)의 대변인, 로라 크라우사(Laura Krausa)는 이메일을 통해 “스톰 루거가 이 같은 검토를 수행하기 바란다”라며 “총기 소유권 문제와 관해 공통된 의견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뉴욕 양키스가 경기 시간 내내 총기 규제와 관련한 트윗을 올리며 목소리를 냈다/ 뉴욕양키스 트위터

 

총기 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

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한 총기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민의 무기 휴대의 권리를 지지하는 ‘수정헌법 2조’와 전국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라는 막강한 벽 앞에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총기 규제 역시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해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설문 조사(Pew Research Survey)’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53%가 더 엄격한 총기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법안을 마련해야 할 유권자들은 임신중절과 같은 다른 문제를 우선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 리더들은 총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스포츠용품 전문점인 딕스 스포팅 굿즈(Dick's Sporting Goods) , 청바지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 (Levi-Strauss) ,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 및 기타 주요 소매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매장에서 총기 소지를 공개적으로 자제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해온 것이다. 이들 모두는 쇼핑객과 직원이 위험에 처할 때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그 범위가 일부 브랜드부터 스포츠 팀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얼마전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는 지난 26일 목요일 경기 시간 동안 팀의 트위터 피드를 통해 총기 폭력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메시지는 단순했다.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슈퍼마켓도, 학교도, 예배당도, 집도, 지역의 리틀 리그 경기장도, 더 나아가 메이저 리그 야구 경기에도 없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템파 베이 레이스(Tampa Bay Rays)는 총기 안전 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에 기부하도록 권장했다. ‘마치 포 아워 라이브즈(March for Our Lives), ‘학생요구행동(Students Demand Action)’ 등 기타 단체들도 트위터에 추가해 총기 규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