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까지 화석연료기업에 횡재세 부과하나...영국, 헝가리, 이탈리아는 이미 시행

2022-06-03     홍명표 editor
사진은 석유시추선/픽사베이

최근 기름값이 치솟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각국 정부가 메이저 정유사들에게 초과이득세(일명 횡재세)의 부과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2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석유와 가스 생산업체 이익에 과세할 수 있는 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부소장 바라트 라마무티(Bharat Ramamurti)는 루스벨트연구소가 후원한 토론에서 “초과이윤세에 대해 다양한 제안과 세제 설계의 선택이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산유업체는 기록적인 이득

높은 에너지 가격은 올해 대형 정유업체들에게 기록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손모빌은 1분기 이익의 2배인 54억8000만 달러(6조86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엑손모빌측은 2023년까지 주식 매입을 3배로 올려서 300억 달러(37조5552억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화석연료 회사들이 수익에만 연연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마무티 부소장은 로이터에 “(횡재세와 같은) 여러 제안을 검토할 때 공급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생산자에게 초과이윤세(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엑손과 셰브론사의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15명과 하원 의원 몇 명이 지지하는 제안은 미국산 또는 수입 원유에 대해 분기별로 대형 석유회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4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지만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률이 둔화됐다. 이러한 경향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했다.

 

영국은 25% 초과이윤세 부과 발표

이미 미국에 앞서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치솟는 기름값에 초과이윤세(횡재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먼저 영국은 높은 에너지 요금에 고군분투하는 가계에 대한 지원금 150억 파운드(23조4339억원)과 지난주 목요일 석유 및 가스 생산자들의 이익에 대한 25% 초과이윤세(횡재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는 올해 두 번째 영국정부의 비상 정책 개입인데, 초과이득세는 투자 억제책이라며 거부해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정부에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리시 수낙(Rishi Sunak) 영국 재무장관은 생계비 위기를 겪는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강한 정치적 압력에 직면하면서 "영국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에너지 회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의회에서 "일시적인 에너지 이익세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투자 수당을 신설했다"며 "이는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낙 장관은 앞으로 12개월 안에 50억 파운드(7조8113억원)를 조달할 것이며 유가와 가스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의 투자세 감면혜택을 2배 가까이 늘리는 새로운 투자충당금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의 에너지 규제 기관은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10월에 가스 및 전기 요금 상한선이 40% 더 인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다른 유럽 정부들도 에너지 가격 완화를 위해 수백억 유로를 투자했다.

영국 북해 최대 석유가스 생산업체인 하버 에너지(Harbour Energy)는 수낙 장관의 발표 이후 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빠른 속도로 손실을 만회했다.

영국 북해 석유회사 엔퀘스트의 주가는 8.5% 하락한 1448GMT로 한 달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1% 이상 상승한 유럽 석유 및 가스회사 지수를 크게 밑돌았다.

석유 메이저 BP와 셸(Shell)은 글로벌 기업으로 영국 정책의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에 발표 후 세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회복되어 1% 이상 상승했다.

수낙 장관은 지원의 총액이 150억 파운드(23조4339억원)라고 말했다. 2월에도 90억 파운드(14조603억원) 규모의 비슷한 지원책이 나왔으며 수낙 장관은 정부가 소비자들을 돕기 위해 총 370억 파운드(57조8036억원)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인플레이션 40년 만에 최고치 기록

헝가리, 이탈리아도 초과이윤세 도입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4월에 40년 만에 최고치인 9%에 달했고,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 예측에 따르면 생활수준은 1950년대 후반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채 선물은 수낙의 발언에 따라 하루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독일과 미국 국채에 대해서는 다소 부진했다.

헝가리 정부도 지난달 말 초과이윤세(횡재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부과 대상은 에너지 기업 외 보험사, 항공사, 유통업체, 통신사, 제약사 등도 포함된다. 이로써 총 8000억 포린트(2조8000억원)을 걷을 예정이다.

3월에는 이탈리아도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기업 이익 증가액이 500만 유로(약 67억원)를 넘을 경우 전년 대비 10% 높은 세금을 부과해서 44억 유로(5조8677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