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소셜 택소노미 '의도적' 방치?

2022-06-07     박지영 editor

EU 회원국 간에 EU 택소노미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소셜 택소노미 제정은 몇 년간 지연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택소노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EU 택소노미와 마찬가지로 어떤 경제활동이 사회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방법론이다. 올해 2월, 지속가능한 금융에 관한 플랫폼은 소셜 택소노미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활동, 최종 사용자를 위한 적절한 생활수준과 복지,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세 가지가 꼭 포함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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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셜 택소노미 통과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걸린다. 유로액티브에 따르면, 소셜 택소노미에 관여하는 EU 집행위원회가 작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활동 시기 내 완성된 소셜 택소노미를 EU 의회에 제안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소셜 택소노미 기한이 끝날 때까지 문제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 매우 분명하다”며 “지속가능한 재정 의제에 대해 한 걸음 물러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 활동을 정의하는 EU 택소노미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진 상황에서, 소셜 택소노미까지 진행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회원국들 사이의 우려 때문이다.

EU (그린) 택소노미는 적어도 이론적인 기반이 있다. 기후변화라는 물리적 실체에 대한 과학적 지식에서 분류 틀을 뽑아낼 수 있는 반면 소셜 택소노미는 훨씬 더 정치적이다. 양질의 일자리, 적절한 생활 수준, 그리고 포용적인 지역사회와 같은 목표를 직접 정의하고, 실행가능한 정의를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견해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로액티브는 이 지점이 EU 택소노미는 논쟁적이지만, 소셜 택소노미는 분열까지 일으킬 수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사회적 경제는 사명에 따라 달리 정의될 수 있는 독특한 경제 분야다. 일자리와 사회권리를 담당하는 니콜라스 슈미트 EU 집행위원회 위원은 “사회적 경제는 공공 서비스의 대안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면서 “개인적이고 이윤 지향적인 경제와 사회경제가 제공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 사이에 ‘제3의 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슈미트 위원은 “사회적 경제가 전반에서 실현되려면 사재 및 공적 자금에서도 이익을 재투자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익이 주주가 아닌 사회에 재투자 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관계자는 소셜 택소노미 통과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 택소노미에 대한 기술적인 작업은 환경 분류법만큼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집행위원은 “EU 집행위원회가 소셜 택소노미 연구를 중단한다면 차기 집행위원회는 소셜 택소노미 연구를 신속하게 제안할 기술적 기반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은 EU 집행위원회가 “의도적으로 사회분류학 연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소셜 택소노미 통과를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현 단계에서 사회 분류법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분류법 규정에 의해 요구된 대로, 위원회는 적절한 시기에 사회적 목표를 다루기 위해 분류법 규정을 확장하는 조항의 장점에 대한 자체 보고서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보고서를 발표할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집행위원회는 환경 분류법과 녹색 채권 기준에 대한 작업을 우선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지속 가능한 금융에 대한 전략에서 약술된 조치에 따라 지속 가능한 금융 프레임워크의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우파 유럽 국민당의 시르파 피에티카이넨 EU 의원은 EU 위원회가 사회 분류법을 빨리 내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에티카이넨 의원은 “우리는 더 많은 사회적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셜 택소노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 택소노미에 대한 진전이 없을 경우 EU 의회가 위원회에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