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셰브론, 미쓰이, 간사이전력까지...노르웨이 최대자산운용사, 투자철회 발표

10조원 규모 자산운용사 '스토어브랜드', BP와 셸, 에퀴노르 등에도 경고 "기후변화 저해 위한 로비활동 안돼", 미쓰이 등은 석탄 퇴출 움직임 느려 퇴출

2020-08-25     박란희 chief editor

 

노르웨이의 최대 자산운용사인 ‘스토어브랜드(Storebrand Asset Management)’가 24일(현지시각) 4700만달러(560억원)에 달하는 27개 주식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스토어브랜드는 91억달러(10조원 가량)를 운용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다. 스토어브랜드는 투자 철회 이유에 대해 “기후 정책을 보다 강화하고, 친환경 전환으로의 움직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 셰브론이 투자 철회 대상에 포함됐다. 이 기업이 기후변화를 저해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독일계 화학회사 바스프,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발전회사 서던컴퍼니(Southern Company), 세계 최대 철광석 채굴업체인 리오틴토(Rio Tinto) 등도 투자 철회 대상이 됐다. 

이들 5개사는 모두 기후액션 100+(Climate Action 100+)의 주요 타깃이다. 기후액션 100+는 온실가스 상위 100개 기업에게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네트워크다. 블랙록을 포함한 370여개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운용자산 33조 달러 규모로 이를 결성해 가동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 차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민감한 문제다. 이번 발표에서 스토어브랜드는 블랙록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6월, 블랙록을 포함한 주주들의 53%가 셰브론이 기후와 관련된 로비활동을 하는 것을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스토어브랜드는 이에 “인내심을 잃었다”라고 표현하며, 기후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파리협약이나 기후규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기업들은 앞으로 투자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밝혔다. 스토어브랜드 최고경영자인 잔 에릭은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이며,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방해하는 로비활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쓰이, 간사이 전력, 주부 전력 등 석탄 퇴출 움직임 느려 퇴출

이와 함께 스토어브랜드는 석탄이나 오일샌드(Oil Sand)로부터 매출의 5% 이상을 얻는 업체는 투자 제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인 미쓰이, 간사이 전력, 주부 전력 등 22개 기업이 퇴출된다. 이들 기업의 석탄 퇴출 움직임이 너무 느리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BP, 셸, 에퀴노르 등 유럽 에너지회사들은 미국 기업인 엑손모빌이나 셰브론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스토어브랜드측은 이들에 대해 “편히 쉬지 말라”고 경고했다. 탄소 퇴출에 대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등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토어브랜드는 기후전략을 수정해, ‘포트폴리오 수준의 기후 위험분석’을 개발하고 이를 매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토어브랜드는 노르웨이의 연기금인 KLP(800억 달러 규모), 노르웨이 열대우림재단(Rainforest Foundation Norway) 등과 협력을 통해 산림벌채 리스크 관리에 관한 보고서를 이달초 발표하기도 했다. 산림 황폐화(Deforestation)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큰 이슈 중 하나다. 스토어브랜드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브라질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기관투자가, 환경 관련 투자 비중 감축 잇따라

한편, 기관투자가 및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환경파괴, 탄소배출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비중 감축을 선언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2012~2015년 동안 열대림을 파괴하는 30여개 팜유 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고, 2015년부터 매출액 또는 전력생산의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에 국부펀드 투자를 금지하는 의회 결정에 따라 관련 기업 주식을 모두 매각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미국) 또한 2017년부터 석탄화력발전 회사에 대한 신규 투자, 연장 금지 및 기존 투자를 모두 회수했다. 일본의 다이치생명은 2018년 5월, 해외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대한 신규투자를 중단했다. 

국내에선 지난 21일 한국투자증권이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과 정부의 그린 뉴딜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석탄과 관련된 추가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