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폐기물 급증에...인도, 2023년까지 최소 60% 수거 재활용 규칙 초안 발표

2022-06-14     홍명표 editor
인도 전자폐기물을 줄이고 전자제품을 혁신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에픽재단/홈페이지

전자폐기물(e-waste)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국제연합(UN)이 내놓은 '글로벌 전자 폐기물 모니터 2020'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이 가장 많이 전자폐기물을 배출하고 그 다음은 미국, 3위는 인도다.  

세계 3위의 전자폐기물 발생 국가인 인도가 순환경제에 투자해서 전자폐기물을 줄이려 한다고 에코비즈니스(eco-business)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4월 궁지에 몰린 인도 전자업계는 외국 브랜드에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아 오기 위해 제품수명을 늘려서 더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도 전자업계 리더들은 스마트폰처럼 외국산 전자제품이 빠르게 모델이 바뀌어 구형이 되면 쉽게 수리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소비자들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인도 전국에 유독성 전자폐기물 처리장소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3위의 전자폐기물 배출 국가는 인도

업계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인 에픽 재단(Epic Foundation)의 CEO인 사티야 굽타(Satya Gupta)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수리비가 너무 비싸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품을 재설계하고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손쉬운 기능을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에코비즈니스에 말했다.

그는 또 “제품 수명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면, 제품의 수명은 66%증가한다”며 “디자인 단계에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픽 재단이 전자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시작하는 사업의 첫 번째 제품은 학생들이 쓰는 저렴한 태블릿 컴퓨터다. 앞으로 3~6개월 안에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며, 스마트 카메라를 포함한 또 다른 10개의 제품은 개발 중에 있다고 굽타는 말했다.

에픽 재단이 벌이는 이 프로그램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를 세계적인 제조업 중심지로 홍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가운데 실행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전자제품, 휴대전화, 전기자동차 등 13개 부문의 제조 촉진을 위해 130억달러(16조7089억원)의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에픽 재단 주도로 전자제품의 설계부터 환경을 고려

인도의 전자제품 시장은 현재 연간 약 1800억달러(231조원)의 가치가 있으며, 인도의 브랜드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5.5%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오포, 비보, 하이얼 등 중국 브랜드와 우리나라 브랜드인 삼성과 LG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TV 제조업체인 BPL과 오니다(Onida)와 같은 인도 브랜드는 더 나은 기술을 제공하는 외국 브랜드에 밀렸다. 또한, 전자제품 시장은 가전제품을 5년에서 7년 동안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에서 2~3년마다 폐기하는 생활습관으로 바뀌었다고 전자업계 임원들은 말한다.

에코비즈니스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인도의 가정은 강력한 재활용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빈 병에서부터 신문지까지 모든 것은 카바디왈라스(Kabadiwalas)라고 불리는 이웃의 쓰레기업자들에게 팔린다. 카바디왈라스라고 불리는 업자들은 중고품들을 가공해서 원료로 판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적인 재활용 시스템은 분해가 어렵고 종종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전자폐기물의 경우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중앙오염통제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2020년 3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무려 101만 톤의 전자폐기물을 배출했다.

평가기관인 크리실(CRISIL Ltda)의 미렌 로다(Miren Lodha)이사는 "통합된 정책이 없어서 인도에서 재활용되는 전자폐기물은 약 20%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크리실은 S&P 글로벌이 소유한 인도의 평가기관이다. 로다 이사는 많은 전자폐기물이 적절한 처리 없이 매립지에 버려져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로다 이사는 “경제가 디지털화되고, 전기차의 출시와 폐기된 태양전지 패널이 버려지면서 전자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다”고 에코비즈니스에 말했다. 

불과 한 달 전, 인도의 수도 델리 외곽에서 혼합 폐기물이 쌓인 쓰레기 매립지 때문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며칠 동안 유독성 가스를 마셔야 했다. 

인도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회사의 약 95%는 느슨한 규제를 받는 시골 기업이다.

 

인도를 리퍼 전자제품의 허브로 만들려고 추진 중

에픽 재단은 인도기업의 제품수명을 늘리는 제품 설계 및 제작 지원뿐 아니라 리퍼 전자제품의 비즈니스도 구축할 계획이다. 에픽 재단의 굽타는 "인도가 리퍼 전자제품으로 10억 달러(1조2853억원) 규모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또한 포괄적인 전자폐기물 재활용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4일, 인도 환경부는 소비재 회사와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2023년까지 전자폐기물의 최소 60%를 수거하여 재활용하도록 하는 규칙 초안을 발표했으며,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70%, 80%로 그 비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인도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업들이 다른 판매자들의 구매 포인트를 통해 부족분을 메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업계 임원들은 소비자들이 안전한 폐기나 재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할인이나 기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오래된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노드 샤르마(Vinod Sharma) 인도산업연맹 국가전자위원회 위원장은 "인도가 리퍼 전자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관료주의를 줄이고 전자폐기물 수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현재 신품 전자제품과 중고 전자제품, 전자부품에 대한 수입관세가 모두 동등하게 취급되고 있어 리퍼 제품 제조사에게는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인도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전자폐기물 시장이 크고 재사용 문화도 있다. 인도가 전자제품 순환경제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