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트럭도 전기차가 대세 되나?
요즘 도로에서 파란색 번호판을 단 1톤짜리 전기트럭을 종종 볼 수 있다. 전기승용차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도 전기트럭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속가능전문 미디어 그린비즈는 14일(현지시각) 테슬라를 능가하는 미국 포드(Ford)의 F-150 픽업트럭 등 전기트럭 시장 동향을 다뤘다.
미국 최고의 픽업 트럭은 포드가 만드는 F-150이라는 모델인데 1973년에 처음 시판한 이래로 지금까지 계속 모델을 바꿔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포드 F-150가 2021년 라이트닝(Lightening)이라는 이름의 전기트럭을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되기도 전에 사전예약만 20만 대가 계약돼 화제를 모았다.
포드 F-150이 전기차 버전을 내놓아 인기폭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픽업 트럭인 포드 F-150의 전기트럭화 및 예약과 구입 대기자 명단을 보면, 전기차가 분기점에 도달하여 새로운 문화와 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쉐보레, GMC, 테슬라,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회사도 잇달아 전기 픽업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특히 F-150으로 전기픽업 시장을 선도하는 포드는 예전과 달리 가솔린용과 전기차용, 두 개의 부문으로 사업을 분리하는 전략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신규 소비자를 흡수하게 됐지만, 늘어나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린비즈는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계획 및 적절한 투자가 없다면 전기차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 밴은 주행거리가 짧아 택배용 트럭으로 적합
한편, 밴(van)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공간은 짐을 싣는 차량이고, 스텝 밴(step van)은 운전자가 차량에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차량의 문턱이 상당히 낮은 밴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배달용 트럭으로 스텝 밴이 많이 쓰인다.
이러한 차량은 대부분의 경우 아마존(Amazon), UPS, DHL, 페덱스(FedEx)를 통해서 패키지를 배송한다.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밴과 스텝 밴 시장은 2030년까지 두 배인 8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4대 택배회사와 다른 많은 회사들이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다.
밴은 대부분이 최종 소비자에게 택배를 전달하는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주행거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밴과 스텝 밴은 운전자의 집이나 공공 충전소에서 충전될 수 있다.
북미화물효율위원회(이하 NACFE)는 하루 평균 100마일(160킬로미터)을 운행하는 가솔린 엔진의 배달용 밴이 연간 연료비로 1만 달러(1291만원)를 조금 넘게 쓰는 반면, 전기 밴은 2000달러(258만원) 미만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택배 차량으로서는 엄청난 비용 절감이다. NACFE는 "미국과 캐나다의 밴과 스텝 밴 400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면 매년 거의 435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수천 대의 전기 배달 밴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인 리비안(Rivian)에 10만대를 주문했다. 2030년까지 페덱스는 모든 신차 구입을 전기차로 하고, 픽업 및 배송 차량 전체를 전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UPS는 전기차 1만대를 전기차 제조업체 어라이벌(Arrival)에 주문했다. 그리고 DHL의 배송 차량 중 5분의 1은 라이트닝 이모터스(Lightning eMotors)의 전기 밴이다.
그린비즈는 "전기픽업과 마찬가지로 전기 밴과 스텝 밴을 지원하기 위해 주차장과 창고를 재설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용 밴은 대부분 차량수명이 15~20년 정도 지속되며, 30~40만마일(48~64만 킬로미터)을 주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리는 5~10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
박스 트럭 시장 전체를 전기차로 대체 가능
미국 도로에서는 밴 다음으로 크기가 큰 박스 트럭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텝 밴보다 길고 큰 이 차량은 운전석과 화물칸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운전석에서 바로 화물칸으로 들어갈 수 없다. 유홀(U-Haul)이나 라이더(Ryder)와 같은 회사에서 이삿짐 밴으로 자주 사용된다.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박스 트럭은 40만 대도 안 된다. 또한 밴이나 스텝 밴과 마찬가지로 박스 트럭은 하루에 100마일(1609킬로미터) 미만으로 운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기차가 매우 적합하다.
NACFE에 의하면, 박스 트럭 시장은 전체를 전기차로 대체할 수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모든 중형 박스 트럭을 전기화하면 매년 76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오늘날 이미 수많은 전기 박스 트럭이 운행되고 있다. 과자를 만드는 프리토레이(Frito-Lay)는 피터빌트(Peterbilt)가 만드는 전기 박스 트럭을 보유하고 있으며, 교통 및 물류 회사인 데이 앤 로스(Day & Ross)는 캐나다 몬트리올 전역에서 전기 박스 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대형트럭은 점진적으로 전기트럭으로 대체 가능
미국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고 있는 트랙터-트레일러도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이 차종은 주행거리가 길고 적재하는 화물의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전기차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련 조직인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에 의하면,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운행되는 대형 트럭의 49%가 현재 판매 중인 전기 트럭으로 대체될 수 있는 단거리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거나 연말쯤 출시될 대형 전기트럭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Anheuser-Busch)는 캘리포니아 전역에 맥주를 배달하기 위해 전기 트럭을 사용하고 있으며, 물류회사 비아기 브라더스(Biaggi Brothers)는 캘리포니아 네파 계곡(Napa Valley)에서 전기 트럭으로 와인을 배달하고 있다.
NACFE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이 대형 트럭의 70%가 전기화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거의 2900만 톤의 온실 가스 방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2020년에 미국인들은 1200만 대 이상의 경·중·대형 트럭을 구입했다. 트럭 운송 부문과 씨름하지 않고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크게 줄일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포드는 매년 15만대의 전기 F-150을 생산할 계획이며, 미국 전역의 중형 및 대형 트럭 수송단은 14만대 이상의 전기 트럭을 배치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50대 이상의 중형 및 대형 전기트럭 모델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마이크 로스(Mike Roeth) NACFE 전무이사는 "4년 전만 해도 배터리가 화물을 운반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배터리 전기 트럭만으로 실제 화물운송이 가능해 내가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