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건물 및 운송 부문 탄소시장, 출범 1년 미뤄지나

2022-06-15     송준호 editor

EU는 건물 및 운송 부문을 포함한 새 탄소시장의 출범을 1년 미룰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지난 14일(현지시각) EU ETS 타협안 초안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초안에 따르면, 더 야망 있는 기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해당 부문 탄소시장을 2027년에 출범시키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는 건물과 운송 부문이 포함된 ETS 개편안을 2026년부터 실행하도록 제안했으나, 유럽의회가 이를 1년 미뤄 실행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의회 환경위원회는 이달 16~17일에 개편안을 놓고 투표할 예정이다. 

ETS 개편안은 탄소배출권 무료할당제도를 2035년까지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배출권 거래 수익으로 저소득층을 돕는 기후사회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배출권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픽사베이

 

건물 및 운송 ETS, 2026년에서 27년 출범

EU 건물 및 운송 ETS는 증가하는 운송 배출량을 줄이고, EU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을 관리하기 위해 제안됐다. 그러나, 최근 치솟는 휘발유 가격으로, 시민들의 부담할 에너지 요금이 추가 인상될 것에 대한 우려가 일부 회원국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건축물 에너지 사용 비중은 EU 역내 에너지 소비량의 40%,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 수준이며, 약 건물의 4분의 3 가량이 에너지 비효율 건물로 구분되기 때문에 해당 부문의 배출량 감축이 시급하게 여겨지는 상황이다.

EU는 그린딜의 하나인 리노베이션 웨이브 이니셔티브를 통해 건물 에너지 성능 표준을, 마련하고 최저 기준적용 의무를 도입하기로 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현 수준보다 연간 건물의 개보수율을 최소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건축물 에너지 성능에 관한 지침(EPBD)’은 지난해 12월 15일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정안이 나온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년 늦은 출범 시점이 검토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위원회가 제안한 ETS 개편안의 무료 할당 폐지 시점 및 기후사회기금에 대한 강화 항목을 반영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치솟는 기름값으로 인해 일부 회원국들은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이 더 인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새로운 탄소시장 출범을 주저하고 있다. 

 

ETS 강화가 지연 이유지만…사실상 완화라는 분석 있어

협상가들은 건물 및 운송 부문의 기후 목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출범 지연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가 강력하여 규정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U ETS 개편안은 한번 부결됐다. 앞서 유럽의회는 6월 8일(현지시각) 유럽의 향후 10년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에 대해 투표했었다. EU 탄소시장 개편은 2005년 출범한 이래 가장 큰 개편이었다. 환경위원회에 전달된 개편 내용은 2030년까지 61% 탄소배출을 절감하겠다는 집행위 초안보다 더 많은 67%를 절감하겠다는 것이었다. 상업 운송 및 건축난방 부문을 위한 별도의 ETS를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개편안은 탄소시장을 강화할지 아니면 약화할지에 대한 의원들 간의 대립으로 8일 개최된 본회의(plenary meeting)에서 최종 부결됐다. 반대가 340표, 찬성이 265표, 기권이 34표로 압도적 다수로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당과 사회당 의원들은 수정안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반면, 보수당 의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제안이 너무 야심적이라고 생각했다. 

개편안을 주도한 피터 리제 의원 유럽인민당 의원은 의회가 러시아 위기와 화석연료 산업에 굴복해 개편안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국 기후변화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은 ETS 개편안이 나온 이후로, EU 입법자와 주요 산업 관계자의 로비가 52회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관계자는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Thyssenkrupp), 유럽 철강협회(Eurofer), BDI(독일산업연맹) 등이 있었다. 이들은 탄소배출권 무료 할당 폐지 등 ETS 강화에 대해 반대하는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탄소 가격 급등에 대응할 방법을 전면 검토하여, 6월말에 있을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독일, 덴마크, 슬로베니아 등 EU 7개국은 EU의 기후변화 정책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15일(현지시각) 경고했다. 이들 국가는 EU가 EU의 녹색 목표를 좌절시킬 수 있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덴마크가 주도하고 오스트리아, 스페인, 핀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도 서명한 성명서는 "기후목표를 달성하려는 야심을 가라앉히라는 다양한 요구와 타협을 모색하는 중에 이루어지는 양보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