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B, SEC, EFRAG 경쟁으로 기업 부담감 증가하나?
SEC(미 증권거래위원회), EFRAG(유럽연합 재무보고자문그룹),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각각 마련 중인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으로 기업이 압박과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속가능경영 필요성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공시 가이드라인이 난립함에 따라 공시의 글로벌 표준 제정이 끊임없이 요구되어 왔다. 특히 공시 가이드라인 난립으로 기업이 서로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우려가 높아졌고, 이에 글로벌 공통의 공시 표준화 작업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G20(주요 20개국)의 지지 아래 설립된 ISSB가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에서 설립이 공식화된 ISSB는 현재 통일된 ESG 공시기준 초안을 마련 중에 있다. ISSB는 지난 3월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공개 일반지침과 기후 관련 공개지침안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로부터 7월 29일까지 피드백을 받을 계획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암묵적 동의와 G20의 지지로 ISSB를 중심으로 ESG 공시 지침이 마련되고 있지만, 공시를 강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ISSB를 뒤로한 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별도의 공시 기준을 마련 중에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기후 공개 의무화 방침’(Enhancement and Standardization of Climate-Related Disclosures for Investors)’ 초안을 발표해 6월 17일까지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유럽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지난 4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대한 지침인 ESRS(기업 지속가능성보고표준)를 발표하고 8월 8일까지 피드백을 받는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은 크게 ISSB와 SEC, EFRAG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으며, 이 3개 지침 모두 늦어도 2024년까지 기업이 지침에 따라 공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3개 지침은 기준 간 차이가 존재해 글로벌 공시 표준을 만들겠다는 국제사회 의지를 꺾고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때문에 70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한 위민비즈니스(We Mean Business) 연합은 “당장 올해 말에 규제당국들이 공시 기준을 확정 짓기 전에 정의, 용어 및 개념을 통일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제인 토스트럽 자그(Jane Thostrup Jagd) 위민비즈니스 넷제로금융 책임자는 “(각각의 공시 기준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 이중 상장된 기업의 경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현재 공시 생태계보다 잠재적으로 더 나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즉 권할 지역별로 공시 기준의 차이가 존재하면, 다양한 지역에 경영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공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니엘 클리어(Daniel Klier) ESG 북(ESG Book) 최고경영자도 “글로벌 기업은 관할 지역마다 서로 다른 지침에 따라 ESG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어 좌절될 수 있다”며 “더 많은 정보 공시를 표준화시켜 부담을 완화한다는 전체 개념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쓴소리를 던졌다. 또 그는 “(ISSB, SEC, EFRAG의) 3가지 표준 간의 비교가능성 부족으로 녹색 투자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시장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크 스파이어스(Mark Spiers) 보빌(Bovill)의 규제 컨설턴트는 “3가지 표준이 작성되는 속도가 서로 달라 글로벌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역 관할권별로 서로 다른 공시 규제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통합된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 속에, ISSB와 EU는 “양 기관과 SEC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ESG 공시 기준 마련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3개 기관과 관련된 책임자들은 지침의 상호이해와 통일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애슐리 앨더(Ashley Alder)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의장은 이달 열린 SEC 등이 참여한 규제기관 글로벌 포럼에서 “우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3개 지침 기준은 경쟁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되며 상호 운영이 충분히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마뉘얼 파버(Emmanuel Faber) ISSB 의장은 "ISSB는 최근 중국, EU, 일본, 영국, 미국이 ESG 공시 기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실무그룹을 구성했다"며 “전 세계 국가 및 시장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스키아 슬롬프(Saskia Slomp) EFRAG 최고경영자는 “모두가 공동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력하고 함께 나아가겠다는 공동 의지가 있지만 속도와 주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은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SEC, EFRAG, ISSB를 중심으로 3개의 공시 기준을 마련 중에 있어 시장이 요구하는 공시 표준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각 기관이 협력의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과거보다는 표준이 통일화 되고 있다는 평가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