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회의의 무성과...COP27 기후회담 실패의 전조일까 

2022-06-20     송준호 editor

유엔 기후회의가 지난 6일에서 16일(현지시각)까지 독일 본에서 열렸다. 기후회의는 올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릴 COP27(기후변화당사국총회)의 협상안을 마련하기 위한 중간 모임이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기후회의는 큰 성과 없이 끝났다. 개발도상국은 COP27에서 기후피해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협상안은 나오지 않았다. 

제니퍼 모건 독일 외무차관 겸 전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대표는 “2주 동안 진전을 이루기 위해 모든 힘을 다했으나, 결국 우리가 원한 것 중 단 하나도 얻어낸 게 없다”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UN Climate Change

 

개도국의 기후 ‘손실과 피해’..."선진국은 보상 약속 안 지켜"

유엔 기후회의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COP26 이후 국제사회가 처음 모인 기후회의이다. 주요 안건은 선진국들이 기후 변화 영향과 관련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해결하고 보상하기 위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선진국들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개도국에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 지원금을 지급하고, 그 이후에는 더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 약속은 COP26까지 이행되지 않았고, 선진국들은 COP26에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000억 달러(129조 3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합의했다. 

COP27은 ‘기후정의’라는 이름으로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약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회의는 COP27에서 논의될 이 안건에 대해 미리 협상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가 끝난 후 미국과 EU를 주축으로 한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대한 약속을 져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디 페레즈 기후행동네트워크 캐나다의 국제 기후외교 매니저는 “(EU와 미국은) 긴급성에 대해서는 언급하면서, 그들이 손실과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논의할 책임감은 자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유한 나라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개도국에 대한 보상안이 가져올 경제적, 정치적 파장을 두려워하여 이 논의를 미뤄왔다”며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가 이번 회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말뿐인 보상은 그만…"COP27 공식 의제에 포함하라"

협상가와 전문가들은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알렉스 스콧 환경 싱크탱크 E3G 프로그램 리더는 “우리는 대단한 정치적 긴급성을 갖고 글래스고를 떠났지만, 본 회의는 (이전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이) 정치 현실에서 멀어져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며 “이는 의장국인 이집트에게 해결해야 할 거대한 의제를 남겼다”라고 평가했다.

개도국 비영리단체와 국가 연합도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살리물 훅 방글라데시 NGO, 국제기후변화발전센터 소장은 “선진국들은 한 푼도 내고 싶지 않아한다”며 “그들은 행동 없는 대화만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콘로드 헌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대표단 수석 협상가는 폐막식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게 유감”이라며 “기후 위기가 확대되는 속도와 비교하여, 논의는 현실과 멀고 속도는 느리다”고 지적했다. 주요 해외 매체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과 최빈국들이 콘로드 헌트 대표의 입장에 동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간 기구는 이 문제가 COP27의 주요 안건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패트리샤 에스피노사 UNFCCC(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중요한 정치적 결정은 COP27에서 내려야 한다”며 “샤름 엘 셰이크는 파리협정의 중요한 약속이 현실이 되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10여 일간의 회의에 진전은 있었으며,  COP27에서 협상할 내용을 담은 비공식 노트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선진국이 기후금융의 차원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에 많은 국가들이 동의했으며, EU는 이 문제를 COP27에서 반드시 다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알렉스 스콧 E3G 프로그램 리더는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정치적 야망을 다시 불어넣어야 하며, 손실과 피해가 COP27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다시 중단되고 지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