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의 기후진담】자발적 탄소시장, 국내서도 활성화 서둘러야
파리협약 제6조 시장 메커니즘의 취지는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국가별로 기후행동 즉 감축과 적응을 하는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시장 친화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에 민간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혁신적이 기술 개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6조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할 시 2030년 NDC(국가자발적기여) 목표, 즉 약 90억톤 감축 달성 비용을 연간 2500~3000억불(320조~380조원)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파리협약 6조는 교토의정서 유연성 체제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되었다. 청정개발체제(CDM)는 지역별, 국가별 편중현상과 수요 대비 공급 과다라는 문제점을 야기 시켰지만, 배출권거래제(ETS)의 운영으로 의무 준수형 시장을 만들었고 동시에 GS(Gold Standard), 베라(Verra)로 대표되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형성하는데 기여를 했다. 또한 이러한 시장을 통해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달성에 도움을 주었고, 기후재원을 조성하는 기여를 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 이하 자발적 탄소시장)은 법적 규제와 무관한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수행해 얻은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개인,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가능해 규제 범위 밖의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 있고, 크레딧 수익은 프로젝트 개발의 재원으로써 기후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는 선순환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위에 언급한 GS와 베라(Verra)는 자발적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으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두 곳에 등록되어 있는 프로젝트는 4000개 이상에 달한다.
글래스고 총회에서 파리협약 6조의 이행규범 채택을 통해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 및 투자∙기후 재원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멕킨지 조사에 따르면, 향후 자발적 탄소시장 크레딧에 대한 글로벌 수요 규모는 2030년까지 1.5 기가톤~ 2.0기가톤, 2050년까지 7.0~13.0기가톤에 달하는 크기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성장 전망은 50억~300억달러(6조~38조원), 최대 500억달러(64조원)로, 지난해 10억달러(1조2000억원) 대비 50배 성장을 전망하였다. 이에 따라 자발적 탄소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시에 자발적 시장 확대에 따른 리스크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탄소시장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개별적 표준을 근거로 크레딧을 승인함에 따라 시스템 운영 및 크레딧 발급의 투명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검증이 확실하지 않은 크레딧을 탄소중립 포트폴리오에 활용하고, 기업 내 감축 노력보다는 크레딧을 활용한 배출 후 상쇄에 집중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20년 9월, UN 기후 행동 및 재정 특사인 마크 카니(Mark Carney)의 주도하에 출범한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Taskforce on Scailing Voluntary Carbon Market)는 지난해 10월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 협의회를 구성하여, 탄소 신용 품질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를 결정하기 위한 로드맵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영국 정부는 UNDP와 함께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Voluntary Carbon Markets Integrity Initiative; VCMI)를 시작, 탄소 크레딧을 판매하는 기업 인증 방법을 검증할 지침 초안을 발표한바 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 탄소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치사슬 전반(scope 3)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scope 1&2)를 상쇄하거나 설립 이래의 과거 배출량을 상쇄하는 등 각자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탄소 크레딧을 활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역사회 기반의 산림 복원 프로젝트, 바이오차 프로젝트 등에서 발급된 총 139만1187 톤의 크레딧 구매를 통해 배출량을 상쇄한 바 있다. 상쇄 범위는 스코프1, 2(scope 1&2) 및 항공 이용 출장에 해당하는 스코프3(scope3)까지 포함하였다. 넷플릭스는 케냐, 콜롬비아, 멕시코, 터키,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수행된 산림 복원 프로젝트, 메탄 완화 프로젝트, 맹그로브 숲 보존 프로젝트 등 17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발급된 크레딧 총 152만9312 톤을 상쇄하였는데, 크레딧의 신뢰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 기준을 통과한 고품질의 크레딧만을 구매하였다. 구글은 설립 이후의 탄소발자국 상쇄를 위해 총 660만8118 톤의 탄소크레딧 구매하였는데, 스코프1, 2(scope 1&2)를 비롯해 출장, 직원 통근, 재택근무에 해당하는 스코프3(scope3)도 포함하였다.
국내 기업 중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크레딧을 구매한 기업은 아직까지는 없다.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인식이 낮은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구매한 크레딧을 ESG 평가 및 배출량 상쇄에 활용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기관의 가이드라인도 부재한 상황이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현재까지 ‘팝플’ 과 ‘아오라’가 운영 중이다. 필자가 속한 기관은 지난 5월 3세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아티에코’와 협력하여 ‘아오라’를 론칭한바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과 개도국에서 CDM프로젝트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자발적 탄소 시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전 국민의 온실가스 감축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였다. 블록체인 기술이 탄소시장의 환경건전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 하에 글로벌에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후 벤처캐피탈의 투자 제안과 증권사들의 관심을 살펴보면서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정책 제언들을 준비 중이다. 우선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한 크레딧 거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서둘러 세부적평가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많은 기업들이 탄소 감축에 있어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의 상쇄 배출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절한 감독 하에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호주 정부와 자국 기업 간에 구축한 파트너십, 클라이밋 액티브(Climate Active)는 기업의 배출량 상쇄 활동에 대한 검증 및 인증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검인증 기관의 역량 강화도 동시에 필요할 것이다.
아직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파리협약 6조와 자발적 탄소시장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입장과 NDC 달성에 자발적 탄소시장이 기여를 할 것이다 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탄소시장이 저탄소로의 전환 속도를 향상시켜 줄 수 있고 탈탄소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 들을 시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의 많은 국가들이 NDC달성에 있어 탄소 시장 활용을 전략적 방안으로 채택하고 있다. 탄소 시장 활용에 대한 정부와 관련기관의 인식 제고를 통해 고품질 탄소 크레딧의 기준 마련, 전문 기구 설립, 전문 인력 양성, 기업의 상쇄 활동 인정 제도 구축 등 준비가 늦은 만큼 속도전으로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2008년 국내 최초로 개설해 민·관·산·학계에서 85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기후변화 리더십 최고위과정'을 11년 넘게 총괄해왔으며,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대상 기후ㆍ에너지 비즈니스 이니셔티브를 운영해온 기후변화 여성리더 중 한명이다. 아시아 녹화기구 사무총장을 겸임하며 대북 산림녹화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동북아 협력 거버넌스 구축에서 앞장서왔다.
현재 사단법인 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 사단법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사업 평가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대 자문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