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오일사, 녹색 수소에 베팅…국내서도 LG화학 5만 톤 수소 공장 발표
주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녹색 수소 관련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들이 많아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에서도 수소와 관련한 변화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LG 화학은 2024년 2분기, 충남 대산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수소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전했다.
글로벌 녹색 수소 프로젝트 현황
bp는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의 광대한 6500㎢에 26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설치하고, 생성된 전기를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데 사용할 것을 목표로 하는 아시아 재생 에너지 허브 프로젝트를 운영 중에 있다. 총 360억 달러(한화 약 46조 5300억 원) 규모로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지면 매년 약 160만 톤의 녹색 수소나 900만 톤의 암모니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Total energies)는 인도의 아다니 뉴 인더스트리(Adani New Industries)와 합류해 향후 10년간 녹색 수소에 500억 달러(64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4일, 토탈에너지는 "50억 달러(6조4600억 원)의 초기 투자로 4기가와트의 풍력과 태양 에너지를 개발할 것이며, 그중 절반가량은 암모니아 제조에 사용되는 수소를 생산하는 전해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30기가와트의 청정 전력에 의해 추진되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의 녹색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한다.
셸 역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셸의 수소 부문 부사장 폴 보거스(Paul Bogers)는 "셸이 자체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셸은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충분한 풍력과 태양광 자원이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의 규모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셰브론은 천연가스를 분리하고 이산화탄소를 포획한 뒤 저장하기 위한 ‘고르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싱가포르의 무역회사 트라피구라(Trafigura)는 호주의 애들레이드 근처의 440메가와트 개발과 같은 다수의 중형 녹색 수소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트라피구라의 전력 및 재생에너지 부문 책임자인 줄리안 롤랜드(Julien Rolland)는 "석유 메이저 기업들은 예전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구축해 왔다. 녹색 수소, 녹색 암모니아는 새로운 에너지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롤랜드는 “남아메리카를 포함한 다기가와트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그 후 더 큰 파트너를 끌어들여 실제 석유회사를 건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재생 에너지와 생산 방식 다른 수소, 정유사 인프라 필요해
글로벌 선진국들은 화석연료에 대부분의 비용을 사용하면서도 많은 비중을 저탄소 에너지에 할애하고 있다. 해상 풍력, 태양광, 배터리 기술, 전기 자동차 충전기 등 핵심 사업에 대한 대한 주요 투자가 늘어난 것이 방증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NEF의 분석가인 메러디스 애넥스(Meredith Annex)는 "풍력, 태양광 같은 에너지 발전에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형의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수소는 분자이고 정유·석유화학 기업은 분자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애넥스는 이어 “복잡한 가공 공장, 가압 파이프라인 및 저장 시설, 유통을 하려면 특수 유조선을 갖춰야 하는 수소의 특성 등이 정유·석유화학 기업으로 하여금 수소를 ‘미래의 생명줄’로 여기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의 수석 부사장인 톰 엘라코트(Tom Ellacott)는 “녹색 수소의 핵심적인 특성 중 하나는 매우 경쟁력 있는 재생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bp가 호주로 간 것은 태양광 때문인 반면 토탈에너지는 저가의 암모니아가 잠재적으로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인도로 향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아디안 SAS(Ardian SAS)와 파이브티 하이드로젠(FiveT Hydrogen)의 합작사인 하이24(Hy24)의 CEO, 피에르-에티엔 프랑(Pierre-Etienne Franc)은 “거대 프로젝트가 녹색 수소의 미래일 수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10 메가와트 크기에서 기가와트 크기로 쉽게 이동할 수 없다"라는 게 프랑의 말이다. 그는 “기가와트로 가려면 우선 수백 메가와트 규모의 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유럽에서 운영 중인 시범 프로젝트의 10배에 달하는 규모 "라고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글로벌 재생 에너지 책임자인 게로 패루지오(Gero Farruggio) 역시 "이 프로젝트들 중 하나가 실제로 상당한 자본 투자를 받기 시작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라며 "2030년까지 내다봐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bp와 토탈 에너지가 녹색 수소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발표된 일정과 일치한다. 석유 기업들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내세운 2050년 내에 있는 것이다. 녹색 수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21세기 중반 이후 에너지 산업의 핵심 주체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국내 시장은 어떨까? LG 화학, 수소 투자 참여
20일, LG화학은 2024년 2분기까지 충남 대산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수소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50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수소 생산에 나선 것으로 LG화학이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수소와 별개로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공장에는 메탄가스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이 기술은 NCC(나프타 크래킹 센터) 공정에서 확보 가능한 부생 메탄을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생산된 수소는 다시 NCC 열분해 연료로 사용된다.
석유화학 사업은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시켜 얻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의 기초 유분으로 시작되는데, 통상 이 NCC 공정의 열원으로 메탄이 사용되면서 탄소 배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고순도 수소는 연소되는 과정에서 별도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석유화학 연료로 사용될 경우 기존 대비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크다.
LG화학의 수소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 2024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 은 "수소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NCC 공정에 사용되는 메탄을 수소로 대체해 연간 약 14만톤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는 소나무 약 100만 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NCC 공정에서 수소 등 청정 연료 사용 비중을 최대 70%까지 확대하고, 바이오 원료 생산에도 수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수소 공장의 생산성 검증 및 탄소 배출 저감 효과 등을 고려해 향후 추가적인 증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LG화학은 국내 최대 탄산가스 업체인 태경 케미컬과 이산화탄소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태경 케미컬에 공급해 블루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양사는 최근 이산화탄소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향후 이산화탄소의 원활한 공급 및 다양한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