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밝힌 폐기물 매립제로 전략...제로 웨이스트는 뭘 의미할까
지난달 30일 ESG위원회를 개최한 LG전자가 ESG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제품 생산과 사용단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눈앞에 다가온 스코프3(Scope3) 배출량, 즉 제품 생산의 전 밸류체인(value chain)에서의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해 이를 관리하고 감축해나가겠다는 의미다.
LG전자는 제품 사용단계에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소비전력, 단열성능, 열교환기술 개선 등을 통해 에너지 고효율 제품 생산과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외장부품 등에서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국내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을 확대해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을 취득하고, 해외사업장에서는 슬러지 원료화 등 국내 모범사례를 적용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SK E&S, CJ제일제당 등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 발표
폐기물 매립제로란 무엇일까. 최근 국내 대기업발 보도자료에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현대모비스, SK E&S, CJ제일제당 등이 최근 폐기물 매립제로(ZWTL, Zero Waste To Landfill) 인증을 받았다고 밝힌 기업들이다.
지난 2020년 삼성전자는 “1월 미국 오스틴을 시작으로 국내 5개, 중국 2개 사업장까지 총 8개 사업장에 대해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외 모든 반도체 사업장이 글로벌 안전인증 회사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플래티넘(100%), 골드(99~95%), 실버(94~90%), 인증(80%이상)의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증을 완료한 사업장들의 평균 자원 순환율은 98.1%로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총량 약 60만톤 중 59만톤 이상이 재활용되거나 열에너지로 회수된다고 했다.
이듬해인 2021년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이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골드 등급을 인증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MLCC와 기판 업계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올해는 CJ제일제당, SK E&S, 현대모비스 등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모비스 창원공장은 지난해 사업장 발생 폐기물 총량 2967톤 중 96.7%에 달하는 2871톤을 재활용, 고철이나 폐합성수지류 등을 원자재나 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원화했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90%, 2030년까지 전체 사업장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K E&S도 최근 파주에너지서비스 열병합 LNG발전소에 폐기물제로 ‘골드’ 인증을 받았고 발표했다.
2020년 국내외 전 반도체 사업장에 폐기물매립제로 골드 등급을 받았던 삼성전자는 이를 업그레이드, 화성DSR타워와 기흥, 화성·화성·평택·중국 쑤저우 사업장은 자원 재활용률 100% 달성해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삼성전자는 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폐수 슬러지(찌꺼기)에서 구리를 추출하고, 폐수슬러지는 시멘트의 제조원료로 전량 재활용한다. 2025년까지 폐기물 재활용 비율 100%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페이스, 이미 15년 전에 폐기물 매립제로 달성
국내에서는 비교적 최근 몇년 사이에 이러한 폐기물 매립제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이미 2010년 전부터 폐기물 매립제로를 달성했다는 보도가 많다. 제록스의 경우 1990년대 초에 폐기물 없는 공장이라고 알려진 내부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비위험물질의 재활용률을 2011년에 92%까지 끌어올렸다고 그린비즈는 밝혔다. GM의 경우 2011년에 146개 글로벌 제조공장 중 절반 이상이 폐기물을 전혀 배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고, P&G 또한 10년 전에 북미 최초로 폐기물 제로공장을 발표했다.
15년 전에 폐기물 제로 목표를 달성한 ‘지속가능한 카페트’ 제조기업의 대명사인 인터페이스(Interface)의 경우 2009년에 구입한 4억 파운드의 원자재 중 매립지에 들어간 것은 불과 340만파운드로 1%도 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의 넷제로에 대한 표준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폐기물 제로 또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이를 발표하자 ‘과연 무엇이 폐기물 제로(Zero-Waste)인가’에 대한 표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정의한 곳이 제로웨이스트국제연합이다.
지속가능전문 미디어 3BL 미디어(Media)에 따르면, 2002년 제로 웨이스트 국제연합(Zero Waste International Alliance)을 조직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세계 제로 웨이스트 개발을 위한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국제 웨이스트 제로 국제연합은 2004년 11월 29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제로 웨이스트의 정의를 최초로 채택했다. 2018년 제로 웨이스트의 정의는 최신 버전으로 채택됐다. 최신 정의에 따르면, ‘제로 웨이스트’란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토지, 물, 공기로 배출하지 않고, 제품, 포장재, 재료의 책임 있는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는 것’이다.
폐기물 제로의 정의는 어떤 기관이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치는 매립지의 폐기물 가운데 90%가 다른 용도로 전환되면 폐기물 제로로 보고 있다. 폐기물을 전환시키는 방법에는 재사용, 재활용, 퇴비, 동물 사료 등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국제연합은 제로 웨이스트를 7개 층위로 구분하고 있다. 상층부로 갈수록 친환경적인 전환이며, 하층부일수록 그렇지 않다. 해당 층위를 보면, ▲재고/재설계(Rethink/Redesign) ▲감축(Reduce) ▲재사용(Reduce) ▲재활용/퇴비(Recycle/Compost) ▲재료 회수(Material Recovery) ▲찌꺼기 관리(Residuals Management) ▲수용 불가(Unacceptable)이다.
먼저, 재고/재설계(Rethink/Redesign)는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수리하거나 분해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상품의 소유 개념을 공유 상품이나 서비스로 전환해서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감축(Reduce)은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 및 구매 계획을 수립, 지속 가능한 구매를 실시하는 것이다. 재사용(Reduce)은 재료와 제품을 재사용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재활용/퇴비(Recycle/Compost)는 재료를 최대한 최선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과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재료 회수(Material Recovery)는 재료를 분리하거나 연구 목적으로 재료를 회수하며, 에너지까지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찌꺼기 관리(Residuals Management)란 남아 있는 자재를 검사하여 축소, 재사용 및 재활용하여 더 이상 폐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끝으로, 수용 불가(Unacceptable)는 폐기 또는 재활용품의 파괴를 장려하는 정책 및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폐기물의 소각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폐기물 관리는 재료비와 폐기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3BL미디어는 “폐기물 관리를 잘 하면 재료비 및 폐기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며, 순환 경제를 향한 실질적인 단계가 된다”며 “매립지를 이용하는 비용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인 토지에 폐기물을 버리는 비용으로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나 순환경제를 목표로 하는 대형 소매점이나 브랜드들도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체뿐 아니라 미국의 종합유통업체인 타겟(Target)이나 월마트(Walmart)와 같은 회사들 또한 제로 웨이스트라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심지어 일부 도시들도 제로 웨이스트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3BL미디어는 “우선, ‘낭비’의 정의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려면 광범위한 ‘폐기물’의 개념을 세분화 및 정량화함으로써 회사의 폐기물에 대한 데이터를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폐기물 유형, 처리 방법 및 출력 속도를 세분화와 정량화를 통해서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폐기물의 몇 퍼센트가 매립지로 가는지를 파악하고, 폐기물 흐름과 매립지로 가는 자재를 식별해야 한다. 폐기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이후에야 매립지로 가는 양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3BL미디어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려면 몇 가지 기본적인 단계를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베이스라인을 계산하여 현재 낭비를 파악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 ▲적은 성과부터 시작 ▲직원 참여가 기본적인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