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 연계방안은?

세계는 민간주도 자발적 탄소시장 중심으로 재편 COP26에서 인정된 자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 활용해야

2022-06-22     김민정 editor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기업들끼리 온실가스 배출 권한을 사고파는 국내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 ETS)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전경련은 22일 발표한 ‘배출권거래제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통해,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근 해외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민간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법적인 감축 의무 없이 자발적으로 감축 활동을 하는 기업이 공인기관의 승인을 받은 탄소 크레딧(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획득한 배출량 감축분에 대한 인증서)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사전에 정한 할당배출권 이외에는 공급이 제한적이다. 이렇게 배출권 시장이 경직된 구조이다 보니 가격 등락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전경련은 “현재 국내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 매매회전율(허용배출량 대비 거래량)은 4.3%로 저조하다”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배출권 매매회전율은 2019년 2.9%에서 2020년 3.5%, 2021년 4.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2015~2017년 배출권 매매회전율이 0%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평균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량을 뜻하는 코스피 매매회전율이 30~50%대임을 감안하면, 배출권 매매회전율은 상당히 낮다. 게다가 통계청의 ‘배출권시장 운영리포트’를 보면, 국내 배출권 거래형태의 비중이 장내거래(43.9%)보다 장외거래(56.1%)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경련-배출권 거래제 문제점 및 개선 방향

전경련은 이에 대해 “배출권 시장에 거래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배출권 가격이 널뛰기하고 있다”라면서, “시장의 가격 신호가 기업의 감축 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유동성 부족으로 시장 기능을 못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외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그동안 국제 탄소시장은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해 발생한 감축분을 선진국의 감축 목표 달성에 이용하는 제도),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규제시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인식과 함께 청정개발체제가 2012년 이후 급격히 쇠퇴하면서, 그 빈자리를 자발적 탄소시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전경련은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 크레딧 생산량의 74%를 차지해 국제 탄소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맥킨지는 향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기업의 ESG 활동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이 2030년까지 최대 15배, 2050년까지 최대 10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라고 알렸다. 

*전경련-배출권거래제 문제점 및 개선 방향

자발적 탄소시장과 배출권거래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

전경련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배출권거래제가 유동성 부족으로 시장기능이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 활용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자발적 탄소시장과 배출권거래제가 연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점도 긍정적이다. 전경련은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COP26에서 인정된 자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국제 탄소시장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크레딧의 품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askforce on Scaling Voluntary Carbon Market, TSVCM) 같은 독립 감시기구가 출범하는 등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크레딧의 신뢰성과 제도적 확장성을 확보하려는 자정 노력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The Oxford Institute of Energy Studies)는 “자발적 탄소시장과 규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이 향후 제도적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이 향후 배출권거래제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용하는 4가지 방안을 제언했다.

가장 먼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크레딧이 국제 탄소시장 지침을 충족하고 참여국의 승인을 받으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식의, 감축실적(International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 ITMO)과 국내 배출권거래제와의 연계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봤다. 전경련은 “국내외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될 수 있는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 수립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을 통해 ITMO 획득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탄소 집약적인 국내 산업 및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할 때,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2018년 대비 40% 감축) 달성에서 국외감축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