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전경련과 대한상의, ISSB 공시기준 공개초안 의견의 함정

유럽 자산운용사 72%, "ESG 기준 부합 않는 금융상품 출시 중지할 것"

2022-06-27     김민정 editor

한달 간격으로 대한상의와 전경련이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ESG 공시기준이 우리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K-ESG 얼라이언스 위원사를 대상으로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조회한 후, 7개의 종합의견과 44개의 조항별 상세의견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전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ISSB)는 지난 3월 31일, 투자자와 채권자 등 이용자의 기업가치 평가에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를 기업이 공시하게 하려 추진 중인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공개했다.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은 글로벌 ESG 공시의 국제표준이 될 것이란 점에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전경련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주요 내용'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은 일반 공시사항과 기후 관련 공시사항으로 나뉜다. 일반 공시 공개초안은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를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4가지 핵심요소에 중점을 두어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기후 관련 공시 공개초안은 기후변화 및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관련된 기업의 기회 및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를 ▲산업설명 ▲공시주제 ▲세부 프로토콜 등에 따라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전경련은 3월 말에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이 공개됨에 따라, K-ESG 얼라이언스 위원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에 나섰다. 그 결과 “위원사들은 비재무정보의 재무정보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해당 공시기준을 모두 준수했을 때 발생할 비용부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적용 시기는 국내 회계기준, 공시제도 등과 함께 종합적 고려 필요

전경련에 따르면, 위원사들은 기후대응, 탄소중립 등과 관련된 비재무정보를 재무정보로 변환하는 것은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FRS의 공시기준 공개초안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험·기회 정보와 관련 재무정보 간의 연계 정보 제공을 요구해 난감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기업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비재무정보는 사실에 기초한 기존 재무정보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정성적 기술은 가능하지만 정량적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라고 알렸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전경련은 “가정을 토대로 산출된 탄소중립 관련 공시정보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손실 입을 수 있고, 이 경우 기업은 법적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시된 공시항목이 기업의 전략적 정보와 관련 있으면 기업의 영업비밀이 누출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정보를 금액으로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정보를 생산하려면 과도한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이 정보산출을 위해 외부기관을 활용하거나,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또한, “연결재무제표 작성 기업에 지속가능성 공시정보까지 연결기준으로 작성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정보관리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소규모 자회사나 해외 법인의 경우, 연결자료 작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 등이 투입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외 종속기업은 국가별로 적용 규정에 차이가 날 수 있어, 공시기준 적용 시기를 해외 법인을 포함해 일괄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통상 지속가능 경영보고서가 전년도 확정 실적을 6월에 공시하는데, 지속가능성 정보를 2월 말경 재무제표와 동시에 공시하면 시차에 따른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시 시점에 관련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일부 항목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로 언급됐다.

전경련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한국 시장에 적용할 경우, 기존 ESG 관련 공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화를 폐지하거나, 기능적 통합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라고 했다. 

이상윤 전경련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적용 시기는 한국의 회계기준, 경영여건, 국내 공시제도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라면서, “각국 경제계 의견을 적극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ISSB는 현재 일반 공시 공개초안과 기후 관련 공시 공개초안에 대해 외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올 하반지 중 취합된 외부 의견을 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최종 공표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30일에는 대한상의가 국내 20대 그룹과 주요은행 17개사를 대상으로 ISSB 관련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73%가 기업 부담가중을 우려해 공시기준을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조사대상의 79%가 ISSB 공시기준 초안에 대해 일괄 도입보다는 공시 내용을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유럽 자산운용사 72%, "ESG 기준 부합 않는 금융상품 출시 중지할 것"

하지만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바람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미국, 유럽에서 논의 중인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은 총 3가지다. IFRS의 ISSB는 각 국가나 지역별 자율 적용대상이지만, 나머지 2개는 모두 의무 적용대상이다. 하나는 지난주 유럽연합이 최종안에 합의한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며, 유럽 5만개 기업들은 당장 2024년부터 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상세히 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밝힌 기후공시 의무화 방침 또한 의견청취 기간이 끝난 후 2022년 말까지 규칙을 채택하고,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 도입이라는 로드맵이 짜여져있다. ESG 전문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ESG 정보공개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물결인데, 전경련이나 대한상의의 이런 발표들이 괜한 기대감과 현상에 대한 왜곡을 갖고 오는 것 아닌가 싶다"며 "하루라도 빨리 우리 기업들은 ESG 규제를 넘어 기회 요인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7일(현지시각) 유럽의 자산운용사와 관리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상품의 출시와 배포를 중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PwC룩셈부르크가 발표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3354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PwC 조사에 따르면, ESG자산은 2025년 7조4000억~9조유로(약 1경53조원~1경2200조원)로 증가하며 유럽 뮤추얼펀드 자산총액의 최대 5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엔 3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자산운용사의 72%는 ESG 이외의 상품 출시를 모두 중단할 의사가 있으며, 2024년말까지 60% 이상이 ESG 이외 상품 출시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PwC의 올리버 케리(Oliveier Carrei) 금융서비스 시장 리더는 "지역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글로벌 ESG 표준 개발을 위한 노력이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와 금융상품 및 운용을 모두 포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