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고유가 잡기 위해 석유기업과 국지전 계속

2022-06-27     박지영 editor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연료 가격 급등을 잠재우기 위해서 연방 가스세 일시적 중단을 의회에 요구했다. 석유 기업에겐 기조를 뒤집어 생산량 확대를 요청하고, 석유 기업은 반발하는 등 양측은 팽팽한 국지전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개월 간 연방 유류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백악관

바이든 대통령은 연료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연방 유류세를 3개월간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약 3.8ℓ)당 5달러(약 6513원)를 돌파하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0% 치솟았다. 

이는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 상황과 함께 미국인들의 생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서 이 같은 고유가와 고물가를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국정 과제다. 물가를 잡기 위해 의회에 세금 일시 면제를 제안한 것이다. 

미국의 연방 유류세는 1993년부터 갤런당 18.4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는 세금이 아니라 19년간 동결 중이다. 연방세는 보통 휘발유는 갤런당 18센트(약 234원), 경유는 갤런당 24센트(약 313원) 선이다. AP통신은 바이든 정부는 유류세 면제분이 가격에 반영되면 약 3.6%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대처할 때 미국의 숨통이 트이게 된다”며 “주 정부에게 가스세를 유예하거나 소비자를 구제할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코네티컷과 뉴욕을 포함한 몇몇 주들은 이미 이러한 세금을 유예했다.

하지만 연방 유류세 한시 면제를 위한 의회의 협조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 다수가 유류세 한시 면제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내 석유 정제 능력 저하 등 외부적·구조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류세 한시 면제는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 일각에서도 유류세 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존 기조를 뒤집고 석유 기업에게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엑손모빌, BP, 셸, 발레로 등 7개 석유기업에 “정부가 더 많은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며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 모든 합리적이고 적절한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정유회사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재정적 고통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주된 책임이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7달러 이상 상승한 전쟁 속에서, 역사적으로 높은 정유 수익률은 부당이득”이라고 비판했다. 18센트의 감세분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또 석유를 만드는 일부 공장을 폐쇄한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유사들이 석유 생산을 늘린다면 비상 전력을 가동해 도와주겠다고 언급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2위 석유가스 기업인 셰브론과 고위 간부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이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정유사 임원들은 이미 최대 생산능력을 가동해 석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노동력 부족 같은 문제를 거론하며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마이크 소머스 미국 석유협회 로비 그룹 회장은 “정유 공장은 이미 최고 용량에 근접해 운영하고 있으며, 연료 생산량은 5년 중 최고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또 “미국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벗어나려는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 아젠다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역풍을 불게 했다”며 “미국 정유사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위스 셰브론 CEO는 "행정부의 접근 방식이 문제"라며 "당장 고유가를 잡기 위해 업계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셰브론

마이클 위스 셰브론 CEO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료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려면 우리 산업을 비판하고 때로는 헐뜯기만 하는 행정부의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위스 CEO는  “업계가 당장 석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악화된 전 세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도, 단기적인 해답도 없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 CEO를 향해 ‘민감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유기업이 단기간에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새로운 용량을 추가하는 것은 정유기업의 기후 공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캠벨 에너지 전환 연구 책임자는 “셸 등 최근 정유공장을 폐쇄한 일부 공장에서는 가동을 재개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비용 증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