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문제는 배터리야"...폭스바겐 CFO 밝혀

2022-06-30     홍명표 editor
폭스바겐 최초의 순수전기차 ID 에어로/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

유럽연합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앞으로 12년 안에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합의했지만, 진짜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독일 폭스바겐 아르노 앤틸츠(Arno Antlitz) CFO가 로이터에 29일(현지시각) 밝혔다.

EU 각국은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의 단계적 폐지와 기후 빈곤층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등을 위해 수십억 유로 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최근 타결했다. 16시간 이상의 협상 끝에, 유럽연합의 27개 회원국 환경장관들은 5개 법에 대한 공동입장에 동의했다.

폭스바겐 CFO는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는 자동차 공장을 증설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EU 16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2035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단계적 폐지

폭스바겐은 목표 기간까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요타처럼 전기차 개발에서 밀리고 있는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12년이라는 시한을 맞추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로이터는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원재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원재료를 수급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리튬, 니켈, 망간 또는 코발트를 적절히 공급받지 못하면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어지고, 전기차는 더 비싸지게 되면서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윤을 내기가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4위의 자동차 제조사이며 산하에 14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는 지난 달 "제조사들이 새로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면서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려 하기 때문에 2024-2025년에는 배터리 부족이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전기차 배터리의 공급 부족 문제는 지난해부터 지적됐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 미디어 울티마 미디어(Ultima Media)의 다니엘 해리슨(Daniel Harrison)은 “배터리 공급망 전체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중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난해 10월 로이터에 말했다. 

중국의 CATL, 한국의 LG화학(LG엔솔), 일본의 파나소닉 등 아시아의 배터리 제조사에 밀린 유럽에선 지난해 공격적인 배터리 공장 투자가 줄을 이었다. 청정 에너지로 전환 컨설팅 조직인 EIT 이노 에너지(Inno Energy)는 지난해 유럽 배터리 동맹(European Battery Alliance)이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러자 수십억 달러 규모의 EU 자금 지원 프로그램과 자동차 제조사와 공급업체의 주요 배터리 공장 발표가 이어졌다. 폭스바겐만 해도 유럽에 6개의 배터리 공장을 계획하고 있고, 고급승용차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는 파트너와 함께 4개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EIT이노 에너지에 의하면 EU에서 계획 중인 프로젝트만 해도 50개 가까이나 된다.  

이 모든 계획이 현실화되면 2030년경 현지 생산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연간 평균 13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64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울티마 미디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배터리 공급량을 2140기가와트시(GWh), 수요는 2212기가와트시(GWh)로 예상하고 있다. 울티마 미디어의 해리슨은 "폭스바겐이 계획하고 있는 6개의 공장을 통해 자사 배터리 수요의 약 3분의 2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에서 배터리 공장 설립 잇따르지만, 복병은 원자재 수급

그런데, 문제는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와 같은 원자재에 있다.

BMI(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의 시장 전문가들은 '훌륭한 원자재 부족' 즉, 배터리 셀 공장에 대한 투자는 높지만 원자재 추출에 대한 투자는 한참 부족하다고 말한다.

BMI의 가격 및 데이터 분석 책임자인 캐스퍼 롤즈(Caspar Rawles)는 "1년 만에 탄산리튬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채취되는 코발트의 경우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공급망의 초기 단계에서 새로운 광산이 개발되기까지는 약 7년이나 걸린다. 한 가지 해답은 유럽의 원자재 채굴에 대한 투자다. 특히 리튬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 벌컨에너지(Vulcan Energy Resources)는 독일 라인강 상류 평야에서 이산화탄소 중립적인 리튬을 추출하려고 작업 중이며, 리튬 추출에 성공하면 프랑스의 국영 자동차 업체 르노에 판매할 계획이다.

울티마 미디어의 해리슨은 “우리는 벌컨 에너지와 같은 많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유럽 각국에 하나씩 있으면, 유럽에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IT이노 에너지는 2030년까지 유럽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의 4분의 1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도 중국에 뒤쳐저

배터리 재활용은 또 다른 선택 사항인데, 여기서도 유럽은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EIT 이노 에너지에 의하면, 현재 품질 문제로 인해 재생 배터리로 대응할 수 있는 수요는 10~20%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편, 스텔란티스의 CEO 타바레스는 프랑스 트레머리(Tremery)에서 수년간 세계 최대 디젤 엔진 생산 공장이었던 이 공장에서 전기 모터 생산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까지 전기모터 생산량을 50%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내연기관 엔진의 경우 2024년까지 디젤엔진은 30%, 가솔린 엔진은 20%를 생산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일본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니덱(NIDEC)과 합작으로 2021년 말까지 트레머리 공장에서 20만대, 2024년에는 100만대 이상의 전기모터를 생산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서의 이번 합의는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16시간 이상의 협상 끝에 이루어졌으며,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폐지를 2040년으로 연기하기를 원했지만, 결국에는 2035년 목표를 유지하는 타협안을 지지했다.

일부 국가들은 2026년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목표를 준수할 수 있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2035년 제안은 이론적으로 하이브리드나 지속 가능한 연료로 달리는 자동차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면 목표치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유럽위원회는 2026년에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2035년 목표를 준수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어떤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평가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