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평가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ESG연구소 보고서

한국거래소가 이사회 평가 강력히 권고하면 기업의 이사회 기능 강화될 것

2022-06-30     김민정 editor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자발적으로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픽사베이

나스닥 상장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신경제연구소의 한국ESG연구소 강영기ㆍ이필화ㆍ한수빈 연구원이 ‘이사회 실효성 평가의 중요성’ 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에서 이사회 평가가 필요한 이유와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평가 강화 방안을 살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사회 평가는 아직 생소한 개념처럼 느껴지고, 제대로 인지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ESG연구소가 금융사와 공공기업을 제외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2021년 기업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평가 현황을 분석했다.

100대 기업 중 어떤 형태로든 이사회와 관련된 평가를 한 기업은 57개사(57%)였는데, 이는 전년도의 48개사(48%)에 비해 9개사(9%) 증가한 수치다. 또, 이사회 전체 평가를 한 기업은 33개사(33%), 외부 자문 또는 외부평가를 수행한 기업은 9개사(9%)였다. 구체적인 이사회 평가 프로세스를 공개한 기업은 단 1곳(1%)에 불과했다.

자료. 한국ESG연구소 '이사회 실효성 평가의 중요성'

한국ESG연구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토대로 이사회 개별 이사 평가, 위원회 평가, 이사회 전체 평가로 나눠 살펴본 결과, 2021년 전년보다 개별 이사 평가는 2%, 위원회 평가는 5%, 이사회 전체 평가는 2% 증가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알렸다.

자료. 한국ESG연구소 '이사회 실효성 평가의 중요성'

한국ESG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사회 평가의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전년도 대비 증가 추이를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라면서, “이사회 평가결과를 공표하는 기업이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21%인 것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이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이사회 평가를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일본 등의 상장기업 점점 더 많이 이사회 평가 실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은 물론 일본에서도 점점 더 많은 상장기업이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각국의 이사회 평가와 관련된 규정은 다양하다. 먼저, 미국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은 원칙적으로 이사회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나스닥 상장기업은 임의다.

한국ESG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미국의 경우 NYSE 규칙에 따라, 실시 의무가 있는 상장기업이 매년 이사회 및 위원회, 이사 등의 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포함하면 되는데, 최근 주요기업이 단지 평가 사실의 공표에 머물지 않고 이사회에서 다루는 주제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사회 평가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나스닥시장에서도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사회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영국은 거의 모든 기업이 이사회 평가와 관련해 자기평가를 하는 상황이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상위 350개 기업인 FTSE 350 해당 기업은 3년마다 외부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독일은 주요 기업의 60%, 프랑스는 주요 기업의 95%가 이사회 평가를 한다. 

일본 기업의 이사회 평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은 시장 제1부, 제2부 상장회사의 81.5%(2161개사)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CG, Corporate Governance Codes)의 보충원칙에 따라 이사회 평가를 실시한다.

한국ESG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일본은 이사회 평가가 의무는 아니지만, CG Code의 이사회 평가 관련 규정의 준수상황을 도쿄증권거래소가 체크하고 있다”라면서, “이에 따라, 이사회 실효성 평가 실시기업이 증가하고 실무적으로 정착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 중 진정한 의미의 이사회 평가 하는 곳 없어

반면, 우리나라는 법이나 상장규정 등에 이사회 평가를 요구하는 근거 규정이 없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이사회가 경영진 및 이사의 경영활동 내용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를 수립해야 하며,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보수에 적정하게 반영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이사회 평가를 권장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요 상장기업 대부분이 이사회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고 하지만, 절차나 결과, 내용을 공개하는 곳은 드물다. 보고서에는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이 매년 이사회 활동 평가를 하고 이를 공개하며, KT, GS건설, 현대건설, 에스오일(S-OIL) 정도가 이사회 평가를 실시한다고 나와 있다. 

한국ESG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사회 평가 항목 자체가 애매하고, 방법ㆍ절차ㆍ기준 등을 명시하지 않아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라면서, “국내 주요 상장기업 중 진정한 의미의 이사회 평가를 하는 곳으로 거론할 만한 기업은 없다고 봐야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상장기업 대부분이 이사회 평가에 있어서도 이사의 활동적인 측면보다 이사회 구성의 적절성을 충족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이사회의 실효성 있는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한국ESG연구소는 기업이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면, 이사회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과제를 파악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사회 평가의 개요를 외부에 공개하면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사회 평가를 통해, 외부에서 쉽게 알 수 없는 이사회의 실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반면, 기업이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때의 단점도 있다. 기업 평판 측면에서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장기적으로 기업경영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져, 투자자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보고서는 이사회 평가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사회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향해, 주체적으로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ESG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기업이 이사회 평가를 통해 현재 이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가 명확해지면, 그 해결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이사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상장기업이 이사회 평가를 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한국ESG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만일 나스닥이나 도쿄증권거래소처럼 한국거래소가 이사회 평가를 강력히 권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실효성 평가비율이 높아지고, 이사회 기능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