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ESG 투자로 받은 세액 공제 정보 더 공개" 요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서신을 보내 ESG 투자에 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BoA는 2021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ES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통해 38억달러(약 4조9000억원) 규모의 세액 공제를 받았다고 밝혔다.
SEC는 BoA의 세액 공제가 어떤 근거로 측정됐는지, 회계 연도 기간 동안 ESG 프로젝트를 운영했는지, 프로젝트 운영 기간 등에 관한 세부 정보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세액 공제 대상이 된 주거 및 에너지 부문에 관해서는 세액 조정 항목의 발생 원인, 시기, 변동사항, 적용 국가 혹은 하위 범위 등 상세히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BoA는 이에 관한 회신을 보내면서 "38억달러(약 4조9000억원) 중 13억달러(약 1조6000억원)는 저렴한 주택 건설, 나머지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는 에너지 투자와 관련해 세액 공제를 받았다"며 "앞으로 발간되는 보고서에는 위 사항을 반영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BoA는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 회장에게 발송된 서신을 2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FT 등 외신들은 "SEC는 상장 기업들이 기후 위기 리스크 및 ESG 관련 정보에 관한 공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미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미 정부가 기후 관련 권한을 축소시킬 또 다른 정부 기관은 'SEC'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함께 제기됐지만 SEC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시 강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BoA, "재생에너지ㆍ태양에너지 투자 늘려 세액공제액 늘어난 것"
BoA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ESG 프로젝트에 적극 투자해 세액 공제 및 감면을 받아 2022년 1분기 실효세율이 골드만삭스(15%) 등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10%였다고 밝혔다. BoA는 "지난 3년 동안 세금 공제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우리가 풍력과 태양광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oA는 홈페이지에 미국 전력 및 가스 공급업체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과 협정을 체결해 앞으로 15년 동안 160메가와트(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통해 연간 9만5000미터톤 이상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것으로 추측된다.
2024년 말까지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에 매머드 태양광 설비(Mammoth Solar Utility)을 설치하고, 400메가와트의 태양광 전력을 지역 내 6만여 가구에 공급할 예정이다.
BoA는 탄소 중립과 100% 재생 가능 전기 목표를 예정보다 1년 앞당긴 2019년에 달성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 금융, 운영, 공급망 내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기후 목표를 위해 친환경 건축물 인증(LEED)을 받은 800만 평방 피트 이상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체 작업 공간의 40%를 LEED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BoA는 "ESG 투자와 관련된 세액공제액 38억달러(약 4조9000억원)는 미국 내부 세입 코드(U.S. Internal Revenue Code)에 따른 소득세 혜택으로 인정돼 세액 공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주택 및 재생에너지 등에 오랫동안 투자해 왔다"며 "ESG 세액 공제가 없다면 우리의 실효세율은 업계 평균 이상인 23%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BoA가 공개한 서신은 "풍력에너지 관련 공제 세액은 최대 10년 동안 전력이 가동되어야 인정된다"며 "우리가 풍력 및 태양광 시설에 오랫동안 투자하고 투자 규모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액 공제 규모도 현저히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BoA의 2020년 회계연도 말 세액 공제액은 29억달러(약 3조7000억원)였던 반면 2021년에는 38억 러(약 4조9000억원)로 증가했다. BoA는 "우리가 저탄소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SEC, 비재무 공시 법적 권한 없다는 비판에도 기후 공시 강화 요구
SEC는 지난 3월 상장기업들의 기후 공시 의무화 규정을 발표했다. SEC 규정에 따라 상장 기업들은 회사 이사회 및 경영진에 의한 기후 리스크 감독과 거버넌스, 식별된 기후 관련 리스크 영향에 관한 전략, 스코프 1-3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함에 따라 당면할 수 있는 기후 관련 재무ㆍ시장 위기 등에 관한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SEC는 미 대법원의 판결 이전부터 "비재무 공시 의무화는 SEC의 법적 권한이 아니다"라는 정계 및 업계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C는 BoA에 기후 관련 공시를 요구하는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미국 조세 신용 전문가인 포스앤코(Foss & Co) 이사인 브리옌 알페린(Bryen Alperin)은 "앞으로 SEC 뿐 아니라 모든 기관들은 기후와 관련된 재정 공시를 더 많이 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기업들은 BoA의 서신을 참고해 앞으로 회계보고서를 작성할 때 규제 및 정부 기관들에 방어할 준비를 하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