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AI와 데이터 결합해 인도네시아 공급망 모니터링한다

데이터 기술회사 오비탈 인사이트와 협력, 공급망 모니터링 시범실시

2020-08-31     김환이 editor
유니레버는 공급망을 모니터링하고 삼림벌채 여부 등 공급망에 대한 상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파일럿 기술을 개발했다/유니레버

 

원료 공급망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데이터기술 분석회사 '오비탈 인사이트'(Orbital Insight)와 협력해 인도네시아 현지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19일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SB브랜드 등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지질로케이션(Geolocation)' 데이터를 사용해 인도네시아의 팜유(야자기름) 공장의 공급망을 한눈에 파악하고, 나아가 산림파괴(Deforestation) 현장까지도 관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GPS 신호 데이터 활용해 팜유생산농장 위치 실시간 파악

유니레버, 네슬레, P&G등 글로벌 소비재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의 산림파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팜유의 공급(sourcing)이 가능하게 할 것인가였다. 

비누, 샴푸, 라면, 과자, 식용유, 초콜릿 등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에는 팜유가 사용된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기업이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숲을 불태우거나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팜유농장을 세우는 바람에, 열대우림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며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 팜유를 생산하는 업체한테서만 팜유를 구입하라"고 지속적인 압력을 넣어왔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까지 인공위성 기술을 이용해 공급망 모니터링을 해왔다. 팜유 공장으로 알려진 지역의 위성 사진을 찍어 주변 반경 50km를 그리는 것이다. 해당 면적 내의 농장은 원료의 직접 공급업체로 가정해서 관리했다. 하지만 좀더 정확한 모니터링을 위해 유니레버는 과감히 기술기업과 손을 잡았다. 

오비탈 인사이트의 기술의 핵심은 GPS 데이터 신호를 통해 팜유 농장과 생산공장 사이의 교통량이 일정한 지역을 확인해, 원료 생산농장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익명화된 GPS 신호로 트럭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고, 교통량이 일정한 장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팜유가 어느 농장에서 재배되었는지, 이 공급망과 팜유 공장까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 산림벌채가 일어나는 현장도 파악 가능하다. 

 

유니레버와 오비탈 인사이트가 개발한 기술은 작물이 재배된 농장과 공급망 간의 지리적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유니레버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의 융합... 공급망 현황 한눈에 파악

이번 기술은 수만 개의 위성영상, 지리 위치 데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 과학 등을 융합한 것이다.  덕분에 개발도상국 공급망의 산림 벌채 현황, 토양 개조 현황, 화재 발생 등 다양한 공급망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유니레버와 오비탈 인사이트는 인도네시아의 팜오일 공장과 브라질의 제분소에서 이 기술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니레버의 최고 공급망 책임자 마크 엔겔(Marc Engel)은 "첨단 기술을 통해 공급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삼림 벌채와 같은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을 소비재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 운영 가이드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 벌채는 기후변화의 주 원인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를 최대 15% 배출한다. 특히 팜유 생산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에 유니레버는 지속 가능한 팜유를 공급하고  전 세계 공급망 내 산림 벌채를 근절하기 위해 수년 동안 노력해왔다. 

2014년 세계자원연구소(WRI)의 글로벌 포레스트워치 플랫폼을 활용해 곡물 재배 지역에 있는 숲의 변화 과정과 팜유 공장 등 가공시설 운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재배 공기업인 페르케부난 누산타라(PT Perkebunan Nusantara)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인도네시아 현지 제분소와 소작농들이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삼림벌채, 노동착취, 지역사회 파괴 등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유니레버는 이번 기술 개발을 계기로 2020년 말까지 삼림 벌채의 순제로 목표를 달성하고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